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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역사 읽기 : 유럽편 ㅣ 영화로 역사 읽기
연동원 지음 / 학지사 / 2018년 4월
평점 :
서로 다른 장르의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그 인기는 여전한 듯 하다. 아마도 일반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다보니 전문적이기 보다는 흥미나 재미를 의도적으로 많이 포함하는 경향이 있고 제대로 된 전문서적을 시도하다가 몇 번을 포기하게 되어 아예 관심이 없어지는 것보다는 이렇게라도 대중이 역사나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바로 장르 콜라보레이션의 장점 중 하나이지 않을까.
영화와 역사. 모두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장르라서 반갑다. 역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극도의 사실주의를 지향하는 영화도 있고 어느 정도의 영화적 흥미는 가미했지만 재미보다는 고발이나 감독/작가의 역사적 관점이 투영된 작품도 있고 좀 더 대중적 재미나 비틀기를 통해 큰 웃음이나 통쾌함을 주지만 역사의 왜곡이나 편협한 시각이라는 비평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화도 있고, 정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영화들도 있다. <영화로 역사 읽기>는 영화가 먼저인지 역사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으나, 무조건 대중이나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은 영화만을 다루지는 않았고 특정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를 선정하다보니 영화로서는 아쉬운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아마도 역사적 사실(물론 역사 역시 승자의 기록이라고는 하지만)에 비추어 어느 한쪽만의 편협한 입장을 내세웠거나 너무 흥미에 치중한 나머지 제대로 된 역사를 보여주지 못한 작품들에 대한 작가의 비판을 담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를 다룬 부분보다는 근,현대사를 다룬 부분이 더 좋았는데, 고대 그리스나 로마사는 너무도 방대한 시기의 역사를 짧은 몇단락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아무리 이 책의 의도 자체가 실제 역사가 중심이라고는 하지만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를 신화를 터치하지 않고 기술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을까. 반면 두 번의 세계대전을 포함한 현대의 수많은 전쟁들과 내전, 독립전쟁 등을 다룬 챕터들은 몰입도가 좋았고 소개된 영화들 중 보지 않은 작품들은 따로 적어놓을 정도로 훌륭한 영화들이 많았다. 특히 영화 대 영화 코너의 같은 사건을 다룬 또 한편의 영화를 소개해주는 부분은 마치 짬짜면을 먹는 듯한 느낌이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지만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은 근,현대사에서 다루는 부분이 죄다 전쟁과 살육에 관한 것이라는 것. 다음에는 과학이나 예술, 우주 같은 분야에서 현대사에 길이 남을 이야기들과 영화들을 만나봤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