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자기 여행 : 에도 산책 - 일본 열도로 퍼진 조선 사기장의 숨결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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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 덕에 먹고 산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몇 있다. 이번에 다녀온 이탈리아에서도 뼈저리게 실감한 말이다. 그런데 '조상 덕에 먹고 산다'라는 건 다른 한편으로 말하면 조상이 일구어 놓은 유산을 잘 보존하고 계승하는 든든한 후손들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후손들이 있기에 조상 덕도 보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조상 탓만 하는 사람들은 제 얼굴에 침 뱉는 것이라는 거다. 일본 도자기 여행 완결편인 '에도 산책'은 저자의 이런 일침이 들어있는 마지막 호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유럽 도자기 편에 이은 일본 도자기 책이 나온다고 했을 때, 유럽 전체의 도자기를 아우르는 책이 세 편이었는데, 그렇다면 일본은 한권 정도 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세 권이라니.. 저자의 정성과 노력을 모두 헤아리는 게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이 정도면 저자가 일본 도자기를 빌어 우리 도자기의 현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하게 된다.

  

   일본 도자기 여행의 시작이었던 '규슈의 7대 가마'만 읽고 아직 '교토의 향기'는 읽지 못한 상태에서 '에도 산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소설로 따지면 결말을 먼저 읽게 된 셈이지만 작가님의 이 도자기 시리즈는 결말을 알게 되면 오히려 앞부분이 더욱 궁금해지는 그런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 직접 발로 뛰면서 찾고 공부하고 파헤친 이야기들이 직접 찍은 사진들과 더불어 마음을 울린다. 게다가 이번에는 임팩트 강한 (내가 반했던 '그릇에도 떼루아가 있다'라는 첫문장 같은) 첫문장 대신 매 챕터마다 서정적인 하이쿠로 시작하고 있어 도자기의 아름다움에 딱 들어맞는 운율 같은 느낌을 맛보게 된다.

  

   규슈에서 시작된 자기 문화가 일본 열도를 돌고 돌아 종착역인 에도를 향해 달려간다. 에도에 가기 앞서 가나자와의 구타니야키, 중세부터 현재까지 제품 생산이 지속적으로 되고 있는 여섯 옛 가마 중 세 곳, 나고야의 노리다케, 도키와 다지미, 마시코야키와 가사마야키의 아름답고 치열한 도자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읽고 나면 머릿 속 지우개가 활동하는 기억력인지라 세세한 부분을 짚기는 어렵지만, 코마이누와 도리이의 기원이 고려 사자와 솟대라는 이야기와 에필로그의 아부야마 고분에 관한 이야기는 다시 한번 우리나라가 과거 일본에 전해주었던 문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했고 책에 등장하는 여러 뛰어난 장인들과 예술가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타야 하잔이라는 예술가의 철학과 그의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어디서든 진리임에 틀림없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피렌체 보볼리 정원 내의 포슬린 박물관을 굳이 찾아간 것도 그동안 작가님의 도자기 여행 시리즈를 통해 들은 풍월로 생긴 도자기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제 도자기 이야기는 끝인건가라는 아쉬움을 작가님은 아직 못다한 이야기가 많다는 한마디로 여운을 남겼다. 영화로 말하자면 일종의 프리퀄이나 스핀오프 같은 번외편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져보며 아직 못읽은 교토의 향기를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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