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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몇몇의 친구들이 재미있게 읽었다고 추천해 준 책이다. 그러곤 바로 사 놓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은 여섯 달이 지난 오늘에서이다. 몇 번이나 손에 들었다가 놓은 이유는 처음 몇 페이지에서 느낀 섬뜩함 때문이었다.
'향수'라는 제목과 어떤 면에서 너무나 어울릴 수 없었던 그 섬뜩한 그르누이의 출생이 선뜻 이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나 작가의 치밀한 사건전개는 그르누이가 냄새를 빨아들이듯 나를 빨아 들였다.
신기한 것은 그르누이는 좀머씨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이 익숙치 못한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늘 사람들에게서 떠나 있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또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어했던 것 같다. 그르누이가 선택한 마지막 자신의 죽음은 사람들과 같아질 수 없음을 알게 되어서, 그 존재 자체로는 결코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을 수 없음을 너무나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어서가 아닐까. 살인자 그르누이가 독자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