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 아웃케이스 없음
벤 스틸러 감독, 벤 스틸러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리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 벤 스틸러: 성장하는 관계와 여전한 자리의 가치를 흥미롭게 포착한 영화



1


월터는 ‘라이프’잡지사에서 16년째 포토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프로필에 특기할 만한 사항을 도무지 쓸게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월터는 종종 멍이 나갑니다. 멍이 나간 그는 상상의 세계를 펼치죠. 그 세계에서만큼은 그 어떤 영화의 주인공보다 용감하고 로맨틱하며 담대합니다. 물론 그런 월터의 상상이 대담할수록 현실은 곤궁해 보이기만 하죠.


무기력해 보이기만 하는 월터에게 중요한 두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중 하나는 회사의 합병에 의한 잡지의 폐간입니다. 단 한 번의 출간만을 남겨두게 되죠. 그런 탓에 잡지의 사진작가인 션 오코넬은 자신의 최고 사진(삶의 정수)을 폐간호를 위해 월터에게 보냅니다. 그런데 월터는 그 중요한 사진을 잃어버립니다. 합병에 의한 구조조정의 압박이 밀려오는 것도 모자라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치명적인 실수에 빠진 것이죠. 


또 하나의 사건은 사랑입니다. 월터는 직장동료인 셰릴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녀는 아들 하나를 둔 이혼녀로서 잡지사에 들어온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직원이었습니다. 월터는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해 온라인 매칭 사이트에 가입하기도 했죠. 어쨌든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월터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여력을 잃어갑니다. 대신 상상이 점점 현실화되는 과정을 갖게 되지요.


월터는 포토에디터로서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잃어버린 사진(월터는 오코넬이 사진을 보내지 않았다고 여깁니다)을 찾으러 떠납니다.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작품을 찍는 오코넬을 추적하게 되죠. 그 과정은 대담한 기상이 필요했고 소심한 월터는 주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셰릴이 자신을 응원해주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용기를 냅니다. 직업소명과 사랑이 그의 상상을 현실로 끌어 내려갑니다.



2


이 영화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월터의 상상 속 장면들, 세상에서 가장 담대한 산악인이 되어 셰릴에게 로맨틱한 고백을 하는 씬이나 혹은 재수 없는 새로운 상사와 결투를 벌이는 모습 등은 유머러스하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오코넬을 만나기 위해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히말라야를 여행하면서 접하는 풍광은 절경입니다. 양손에 돌을 쥐고 보드를 타며 대자연을 활강하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월터의 상상 속 세계나 오지 여행의 대자연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월터의 삶의 자리였죠.


사진작가 셴 오코넬의 미지의 사진. 라이프 잡지의 마지막 표지 모델. 그것은 포토에디터로서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월터였습니다. 빤한 연출일 수 있겠지만, 저는 그럼에도 이 영화가 대단해지는 순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이 영화는 평범하고 소심한 소시민의 성장을 담고 있습니다. 일종의 성장 영화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별 볼일 없는 남자가 묵묵히 견디고 있었던 삶의 자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삶의 정수’였던 것이죠.



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무기력한 현실과 과감한 상상 사이의 간극을 바꾸면서, 즉 그 너비를 좁히면서 상상을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이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다만 연출적으로 과한 느낌을 주기는 합니다. 터무니없는 월터의 상상만큼이나 현실 속 도전들도 인위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를 보면서 중간에 다소 혼란스러웠습니다. 지금 장면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인지 월터의 상상 속인지 말이지요. 감독은 이런 착각을 일정부분 주기 위해 의도한 것 같은데 조금 과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만취한 헬리콥터 운전자에게 의탁하는 장면이나 이어 상어가 있는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 마침 그 때 터지는 화산을 방문하게 된다거나하는 등 종횡무진 벌어지는 여행 속 사건들이 다분히 작위적입니다.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게끔 딱 차려져 있는 아이슬란드의 파파존스나 셸터의 아들에게 줄 보드를 얻게 되는 과정도 과하게 극적이죠. 셴 오코너를 찾는 바로 그 때 마침 만나는 눈표범도 그렇고요. 게다가 오코너는 이 순간을 자신만을 위해 보낸다며 기다리던 눈표범을 사진에 담지도 않죠. 순간을 잡지 않고 그냥 보낸다는 철학(?)은 영화의 마지막에 월터가 셰릴에게 써먹기도 하지요.


월터를 착각에 빠지게 하기 위해, 셰릴의 집에 방문한 그녀의 전남편을 보여주는(남편은 셰릴을 다정하게 ‘허니’라고 부르죠) 모습도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줬습니다. 셰릴은 남편이랑 끝났다고 분명하게 말하는데, 적어도 그 장면만큼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죠. 셰릴이 애매하게 양쪽에서 간을 보는 것이면 모르겠지만요. 물론 이런 것들은 작은 아쉬움들일 뿐입니다. 영화는 충분히 볼만하고 흥미롭습니다. 중간 중간 삽입된 패러디 장면들, 예를 들어 그린란드에 갔을 때 빌리게 되는 자동차의 색깔 등은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빨간차와 파란차 중 빨간차를 고르게 되는 건 영화 <매트릭스>의 그것이죠. 진실을 선택하게 되는 빨간약 말입니다. 앞서 제가 상상일지 현실일지 혼선이 왔다고 했는데, 이 장면을 보면서 현실이겠거니 했었답니다.


어쨌든,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해냈고, 또 재밌는 영화라고 총평하고 싶네요. 성장하는 관계와 여전한 자리의 가치를 흥미롭게 포착한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였습니다.



★★★☆ (7.5/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