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비틀즈의 음악을 많이 들었지만 대부분 히트곡 모음집이었기에 제대로 명반을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비틀즈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를 빼 들었습니다.
1960년대 예술계는 사이키델릭의 시대로 흔히 일컬어집니다. 사이키델릭은 그리스어로 ‘정신’이라는 뜻인 ‘psyche’와 ‘눈으로 보이는’ 또는 ‘분명한’이라는 뜻의 ‘d'elsos’를 결합시킨 조어입니다. LSD 등의 환각제를 복용한 뒤 생기는 일시적이고 강렬한 환각적 도취상태 또는 감각체험을 말하며 그런 상태나 체험을 재현한 그림이나 극채색 포스터, 패션, 음악 등을 가리키지요. 1960년대에 주로 히피족이나 그들을 지지하는 예술가에 의해서 도입되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비틀즈의 본 앨범은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히피, '사랑의 여름'의 음악적 완성, 팝 음반 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평가 받습니다. 지금은 당시 유행했던 반(反)문화에 대한 비판적 성찰들이 있지만(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의 <혁명을 팝니다> 참조할 것), 당시에는 이러한 조류가 체제의 대안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앨범에서 비틀즈는 그런 반체제적 예술 조류에서 정치적 색깔을 지우고, 철저하게 예술적 지향을 추구했습니다. 동양종교와 마약을 통한 고독과 탈출의 시대정서가 물씬 담겨있는데 반해, 도드라진 평화와 반전에 대한 견해는 보이지 않지요. 그것은 예술성에 대한 집착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1960년대만 해도 대중음악은 미학적 평가의 대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클래식 진영으로부터 멸시를 받았다는군요. 그런데 이 음반을 통해 대중음악도 미학적 성취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앨범은 팝송의 일반 틀을 과감히 부수어 교차리듬(cross rhythms)을 믹스했고, 바하부터 스톡하우젠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작곡가들이 쓴 클래식 연주악기를 활용, 마치 오케스트라 같은 웅장함을 도입했습니다. 또한 우주시대를 연상시키는 무수한 전자음향 효과를 살리고 테입을 역회전하거나 속도를 다양하게 조절하여 믹싱하는 등 갖가지 신기술을 총동원했다고 합니다(앨범 자켓도 미학적으로 훌륭하지요).
어쨌든 시대를 풍미했고 음악사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앨범으로 꼽히는 이 앨범에 대한 저의 감상은 어떨까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좋긴 한데, 나의 앨범은 아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이 있듯이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같은 곡들은 지금 들어도 빼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A Day In The Life'는 왜 역대급인지를 체감하게 하는 곡이고요. 그럼에도 그들의 시대정신이 지나가버린 지금에서는 훌륭한 곡들 이상의 감흥을 받지 못했습니다. 앨범을 지배하는 다소 업된 분위기도 크게 와닿지 않았고요. 뭐, 그럼에도 최근 쏟아지고 있는 음악들 속에서 이 음반에 계속 손이 갔던 이유는 시대를 초월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 개인 별점: ★★★★☆ (9.0)
- 음악사적 가치: 5/5
- 개인적인 취향: 4/5
* 주요 웹진 별점
* 참고자료
- 패션전문자료사전, 패션전문자료편찬위원회, 1997.8.25, 한국사전연구사.
- 위키피디아
- 임진모, <세계를 흔든 대중음악의 명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