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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평점 :
[독서감상] 김어준,『닥치고 정치』
- ‘다함께,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폼 잡는 이론이나 용어 빌리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정치를 이야기해보자고. 평소 정치에 관심 없는 게 쿨한 건 줄 아는 사람들에게, 그 놈이 그놈이라는 사람들에게, 좌우 개념 안 잡히는 사람들에게, 생활 스트레스의 근원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당들 행태가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에게, 이번 대선이 아주 막막한 사람들에게, 그래서 정치를 멀리하는 모두에게 이번만은 닥치고 정치,를 외치고 싶거든. 시국이 아주 엄중하거든, 아주. 28~29
#1
한량했다고 말하기엔 뭔가 애매하지만, 그래도 꽤나 낭만을 품고 살던 국문학도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소식을 들었습니다. 믿기지가 않았고, 무슨 일인가 싶었고, 세상에 이런 일이였고, 무엇보다 은근히 고소해하던 고모와 고모부의 반응에 경악했습니다. 도무지가 도무지였습니다. 게다가-
학교는 별일 있었나요?라며 능청스런 수업을 진행했고- 그곳에서 저의 ‘충격’은 방황했습니다.
#2
온갖 거짓말을 일삼던 이명박 후보를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언하던 개신교의 간판 목사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의를 제기한 저는 빨갱이 채찍을 얻어맞았고, 경악으로 부서진 마음들이 개신교의 바닥을 뒹굴었습니다.
#3
위의 두 사건을 계기로 저는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정치’는 여전히 가냘픈 분노 위에 섰던 물음표였습니다. 해명의 길로 발을 내디딘 무페나 랑시에르 혹은 발리바르의 저서 주위를 기웃거렸음에도 그랬습니다. 저의 독서는 점점 중력을 잃어갔고 지구 밖으로 나가기를 반복했습니다. (책을 읽기보다는 주로 졸아서 그런 것 일수도 있습니다.(웃음))
#4
그러다, 저의 독서가 대의제의 무기력한 분노 위에 꽃핀 꽃밭임을 깨달았습니다. 꽃밭은 치열하고 아름다웠지만, 그곳에선 저의 부서진 마음 조각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 조각은 여전히 그곳의 바닥에서 위태롭게 뒹굴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저분하다는 그곳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5
천박한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온갖 추론과 음모론이 난무했습니다. 뜬금없는 욕설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의외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6
조각을 집어 들고, 군중 속에 섰습니다. 이곳은 여전히 한계의 범벅 속에 있었지만- 지면에 무겁게 서 있는 발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7
그곳과 이곳의 경계는 사실, 있거나-없거나 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사이가 더 없이 넓고 깊을 수는 있겠지만요. 저는 통합파가 됐지만, 진보신당 독자파 역시 응원합니다. 우경화를 날카롭게 비판해주십시오. 절망을 부르던 과거의 오판들이 여전히 줄을 닿고 있으니까요.
이르는 길의 차이들이 있지만, 어제보다 조금은 더 따뜻한 그곳을 향해, ‘다함께,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