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 부르 + 빅 블루 UE - 고급양장 디지팩 한정판
뤽 베송 감독, 장 마크 바 외 출연 / 기타 (DVD)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그랑 블루>>

-사랑스러운 돌고래가 파멸의 마약이 되지 않게 책임감을 가지자.

 

 


  록밴드 너바나(Nirvana)는 대중음악계의 전설로 남아있다.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자살을 했을 때 <타임>지는 그의 죽음을 록 신(神)의 죽음(Death of a rock god)이라고 명명했다. 자본을 조롱하고 권력을 비판하며 등장했던 너바나가 스스로 자본이 되고 권력이 되어버렸을 때 커트 코베인은 괴로웠다. 그의 이상이 현실에 흡수되어버린 것이다. 같은 정당성을 부여하며 등장했지만 물질의 노예로 타락한 수많은 록스타와는 달리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렸다. 그것은 뮤지션의 순수였고 양심이었다. 그랬기에 그는 록의 신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부인과 딸은 현실에 남겨졌다. 같은 뮤지션이었던 커트니 러브(Courtney Love)는 남편이 죽은 뒤 더욱 광적인 음악에 집착했고 그것은 무대 위에서의 괴기함으로 이어졌다. 그 몸부림은 슬픔이었고 남겨진 자의 괴로움이었다. 전설이 된 커트 코베인은 자신의 꿈과 이상에는 책임을 졌는지 모르지만 현실에서는 무책임했다. 그는 그랬기에 불행해졌고(‘서서히 꺼져 가는 것 보다 한꺼번에 불타오르는 것이 낫다’ - 그의 유서 중) 그의 가족은 비극에 이르렀다.

 

 

 

 영화 <<그랑블루>>도 이상을 좇은 자와 남겨진 자의 비극에 대해 말한다. 자크는 가족을 잃고 돌고래를 가족 삼아 살아간다. 그에게 바다는 꿈이고 이상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생긴다. 조안나는 그를 현실에 앉게 했고 잃었던 가족을 만들 기회를 주었다. 그녀의 뱃속에는 자크와 그녀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자크는 끝끝내 현실을 외면한다. 그의 이상에 대한 순수는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녀, 나아가 가족 전체를 파괴해버렸다. 돌고래는 마약이었다. 바다가 그의 아버지를 삼켰듯이 돌고래도 그를 삼켜버렸다. 아버지를 잃고 괴로웠던 그는 똑같은 상실감과 괴로움을 조안나에게 줘버린 것이다. 자크의 순수한 눈에 반했던 조안나는 그 순수 때문에 비극적으로 남겨지고 말았다.

 

 

 자크의 친구 엔조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이 자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바다 속으로 들어간다. 평생 함께 한 그의 남동생을 남겨 둔 채 배에 오른 그의 모습에는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엔조가 그렇게 바다 속으로 사라졌을 때 자크는 슬펐고 괴로웠다. 그것은 친구의 소멸이었고 남겨진 자의 고통이었다. 자크는 이상의 끝은 죽음이고 돌고래는 자신을 파멸할 마약이라는 것을 친구의 죽음으로 깨달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현실을 외면했다. 남겨질 조안나의 고통을 외면했고 그의 아이를 외면했고 가족을 파멸할 자신을 외면했다. 그는 끝끝내 무책임한 현실을 살았다. 조안나의 마지막 믿음을 그는 끝내 놓아버렸다.

 

 

 그렇다면 이상을 좇는 것은 결국 전설을 낳을 비극에 이르고 만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나친 이상 추구와 현실에 대한 무책임을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갖고 있는 서태지의 경우를 보자. 서태지는 음악으로 자신의 이상을 추구한다. 그의 이상의 추구가 그를 파멸에 이르게 할 뻔한적도 있었다. 그가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을 하다가 돌연 은퇴를 했을 때를 회상하며 이런 말을 했다. “인간 정형철(본명)이 뮤지션 서태지(가명)에게 압도되어 잡아먹히게 될 때가 그 때였다. 그는 음악적 순수성을 좇아야 한다는 서태지를 모두가 원하고 있을 때 외롭게 고립된 인간 정형철을 보았다. 그것이 실은 자신의 실체(현실 속의)임을 깨달은 것이다. 그런 그는 쉼을 택했다. 이후 서태지는 음악을 놀이의 것으로 환원시켜 정형철(현실)과 서태지(이상) 모두를 살릴 수 있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신의 행복과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모두 소중히 하는 것에 있다.

 

 

 커트 코베인은 자살로 록의 신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커트니 러브와 그의 딸은 무책임한 남편으로 인해 불행을 짊어지게 되었다. 영화 속 자크도 자신이 좇은 이상에 도취되어 행복감 속에 죽었을지 모르지만 남겨진 조안나와 그의 아이는 파멸된 가족을 짊어지게 됐다. 이상의 순수성의 열매는 역사가 기억할지 모르지만 남겨진 자의 불행한 현실은 조명되지 못한다. 서태지의 솔로 이후의 음악적 성과에 대해 흔히 똘끼가 부족한 웰메이드(well-made) 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그것은 이상과 현실의 접점에서의 타협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그의 방식은 타협이 아니라 책임감에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행복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이상을 추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획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추구가 맹목적이거나 무책임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존재가치로 인한 행복을 무책임은 앗아가버린다. 사랑스러운 돌고래가 파멸의 마약이 된 것은 자크의 무책임 때문이다. 순수한 이상이 파멸의 마약이 되지 않게 책임감을 가지자.



추천강도 ★★★★

08.11.06 두괴즐


*참고자료

1.<너바나>, 이대화(http://www.izm.co.kr)
2.<홀>, 임진모(http://www.izm.co.kr)
3.<그랑 블루-한없이 아름다운 바다), G_Gatsby(http://bloggernews.media.daum.net)
4.<2008년 서태지 인터뷰>, 한현우(조선일보)
5.<서태지 컴백 스페셜>,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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