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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다카하시 이세이 외 목소리 / 대원디지털엔터테인먼트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83684195404186.jpg)
<<귀를 기울이면>>
- 마음이 불안하지 않게 마음에 귀를 기울이자.
서태지는 내게 특별한 존재다. 그를 보고 나도 뭔가에 미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하게 됐다. 사실 나는 서태지세대는 아니다.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의 활동시기가 내 초등학생 때이긴 했지만 당시의 내겐 너무 어려운 음악이었고 악마성 추구라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어린 내겐 뭔가 사악한 존재로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고 2000년 내가 고1이 되던 그 때<<울트라맨이야>>로 컴백했을 때도 처음엔 관심이 없었다. 언론을 통해 들은 표절시비와 음악적 악마성은 그와 나를 더욱 멀어지게 했다. 그러다 추석이 되어 시골에 갔는데 서태지 컴백 공연을 mbc에서 방영해 주었다. 원래 서태지 팬이었던 사촌형과 누나의 곁에서 2시간 남짓한 공연을 지켜보았다. 그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시간이 됐고 내 인생의 새로운 시발점이 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이후 서태지의 음악과 관련 텍스트들을 접하면서 더욱 그에게 매료되었다. 빗발치는 언론의 안티 플레이와 거짓 정보의 일반화가 진척됐음에도 우직하게 음악을 해나가는 그의 모습엔 분명 미친 구석이 있었다. 서태지는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미친 한 사람이었다.
영화 <<귀를 기울이면>>을 보면서 순수한 설렘의 사랑과 자신의 꿈에 대한 사랑을 찾을 수 있었다. 영화 속 귀여운 소녀인 시즈쿠는 세이지를 만나면서 자신의 꿈과 재능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누군가가 써놓은 책을 읽던 수동적 삶을 넘어 스스로 무언가를 창작해 보는 능동적 삶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학업 성적은 무려 100등이나 떨어져 버리고 가족과의 마찰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에 대한 불안에 떨며 두려워한다. 하지만 소녀는 그 과정 속에서 귀를 기울이는 것에 대해 알게 된다. 그것은 자신의 어딘가에 있는 원석의 소리를 듣는 것이었고 꿈을 찾는 일이었다. 시즈쿠의 첫 소설은 그저 초라한 돌덩이 같았지만 그 틈사이로 보석이 빛을 내뿜고 있었다. 시즈쿠는 세이지에 대한 사랑과 질투로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보게 됐다. 내게 세이지 같은 존재가 서태지였다. 시즈쿠가 바이올린 공예에 몰두하고 있는 세이지를 보며 느낀 감정은 내가 껌 붙은 마이크에 그로울링 치는 서태지의 목소리(“미친 매니아들의 밝은 미친 세상”)를 들었을 때 느꼈던 그것과 같았다.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나는 그 후로 글을 썼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귀를 기울이면>의 감독인 곤도 요시후미는 죽었다. 이 작품은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하지만 시즈쿠와 세이지는 살아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려는 모든 이의 마음속에서 계속 살아간다. 시즈쿠과 세이지의 원석이 보석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제 그 원석은 관객 모두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원석이 보석이 되었다면 사랑하는 어느 교수님처럼 훗날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가족과의 마찰,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나를 점점 고립시키는 것만 같다. 서태지와 만난 지 8년. 그는 새 앨범을 내고 활동 중이다. “네온사인 덫을 뒤로 등진 건 내가 벗어두고 온 날의 저항 같아서, 떠나오는 내내 숱한 변명의 노를 저어 내 속된 마음을 해체시켜본다.”(<모아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내 속된 마음을 해체시키는 것, 그저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일일 것이다. 가족과의 마찰도 내 안의 두려움도 결국 내 마음의 불안에서 오는 것이니깐. 마음이 불안하지 않게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본다.
추천강도 ★★★★
08.10.24 두괴즐
*참고자료
1. <추억에 ‘귀를 기울이면’>, 이혜미, 시네티즌(www.cinetizen.com)
2. <서태지>, 위키백과
3. <<울트라맨이야>>, <Atomos>, 서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