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기타 (DVD)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지중해>>

-군인의 행복은 도피에 있다.


 군복무 2년 동안 핵심적으로 배우는 두 가지는 사람을 잘 죽이는 방법과 평화를 위한 군복무라는 이데올로기적 정신교육이다. 군인으로서 탁월하다는 것은 적군을 잘 무찌른다는 뜻이고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의지나 삶과는 무관하게 국가가 적으로 간주한 인간을 죽이는 것을 그 미덕으로 삼는다는 말이 된다. 나는 군복무를 하면서 평화유지를 위함이라는 변명적인 사명을 믿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사람 죽이는 훈련을 했고 의심과 회의를 방지하기 위한 철저한 정신교육 속에서 군복무를 했다. 그리곤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군인도 행복할 수 있을까? 군 전역을 하고 2년이 흐른 뒤 영화 <지중해>를 보며 그때 던졌던 질문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지중해>는 세계 제2차 대전 중 이탈리아가 전투 거점 확보를 위해 에게해의 미기스티라는 작은 섬을 점령하는 것을 그 배경으로 한다. 이 작은 그리스 영토에 몬티니 중위와 로루소 상사, 그리고 6명의 병사들로 이루어진 작은 군대가 파견되었다. 그들은 이미 이곳의 군인들이 독일인에 의해 끌려가 무방비 상태였기에 힘들이지 않고 섬을 점령하게 된다. 그 와중 이곳에 이르게 한 함선이 침몰되고 무전기 또한 고장이 나는 바람에 이들은 섬에 고립된다. 본부와의 연락조차 두절된 상태에서 이들은 섬에 융화되어 간다. 터키인이 왔을 때도 이탈리아로 돌아가지 않고 투표를 통해 섬에 계속 남기로 한다. 이후 3년을 지내고 우연히 불시착한 병사에 의해 전쟁의 종료를 알게 되고 그제야 이탈리아로 돌아가게 된다.


 <지중해> 속에 나오는 군인들은 행복해한다. 물론 부인에 대한 그리움에 섬을 떠난 병사도 있었지만 대게는 섬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터키인이 왔을 때도 그들은 그대로 섬에 머물렀던 것이다. 이들이 행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그곳에는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서로를 죽이는 전투를 벌일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둘째로는 명령이 없었다. 국가나 혹은 권력에 의한 강압적 힘이 작용할 수 없었기에 자유로울 수 있었고 삶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전쟁이라는 것은 나와 그 사람과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가와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발발한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기에 처절하고 비참하며 절망적이다.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 ‘모든 도피자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라고 했다. 영화 속 군인들이 행복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도피했기 때문이다. 흔히 링컨이 근대 국가를 정의했다고 평가한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와 국민으로서의 국가가 그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쟁은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것임에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을 작동시키는 건 국가이고 그 수법은 국민을 동원하기 위한 이데올로기로서의 국민 만들기이다. 이런 일에 계속 동의하게 된다면 결코 군인의 행복은 오지 않게 된다. 군인의 행복은 도피에 있다. 모든 군인이 이 도피에 참여할 때 전쟁이 없는 세상이 올 것이고 인류의 평화가 올 것이다.



추천강도 ★★★★

08.09.26 두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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