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재기발랄한 솔직함이 왕자님을 만나 어색해지다.>

    - 백영옥의 “스타일”을 읽고


 맞는 말이다. 여성들에게 있어서 혁명이란 다이어트가 없는 세상이 도래함을 말하는 것 일게다. 하지만 어쩌나, 그런 혁명을 꿈꾸는 여성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자신이 원해서 다이어트를 한다. 정상적인 나의 몸을 비정상적인, 빌어먹을 작은 옷에 구겨 넣고 싶은 것은 이미 물들어 버린 시대의 미적 의식 때문이다. 하루에도 배고픔 속에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측은함과 그 배고픔을 조장하는 자본의 응축된 보석을 사고 싶은 이중성. 마음은 항상 이것과 저것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이상은 항상 현실과는 거리를 두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지금의 젊은 도시 여성들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럭셔리한 패션 잡지 아래 구연되는 지저분한 이해관계와 책상. 아프리카 난민에 대한 연민과 프라다 가방에 대한 동경. 상사를 향해 조작하는 미소와 마음속으로 외치는 욕설. 하지만 그 거리를 마냥 방치하지는 않는다. 현실을 인정하고 화해를 제안한다. 그것은 외면의 것을 넘어 내면에 있는 것에 대한 관심이고 이해이다. 그리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상처에 대한 연민과 치유이다.

 “스타일”은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상금이 무려 1억이나 된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소설이고 문학상 수상 작품이며 동시에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어서 별 다른 고민 없이 책을 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그랬다.


 소설의 초반부는 산뜻했다. 문학에서 그다지 주목하지 않던 현 젊은 여성의 욕망을 현실의 디테일한 삶의 조명으로 풀기 시작했다. 다소 가볍지만 소설의 스타일을 살리는 문체도 매력적이었다. 현대 도시의 젊음 여성의 이중적 삶과 욕구의 진솔한 표출은 남자인 내게서도 나름의 공감을 얻어냈다. 하지만 그런 나의 공감은 소설의 중반부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


 우선 너무 과잉된 과거 회상의 문제를 거론하고 싶다. 작품 속 화자의 상처에 대한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이 정도면 지나치다. 그리고 더욱 실망을 할 수 밖에 없게 하는 건 여기에서 엮이게 되는 지나친 우연의 빈도이다. 이 작품은 “오만과 편견”과 유사한 우연과 오해를 다루었지만 그 설득력은 닮지 못했다. 이런 설득의 실패는 작위적인 우연의 배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가면 갈수록 실망감은 증폭된다. 그냥 로맨스 소설로 전락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드러내는 치유의 과정과 그 의지는 인정하나 그 역시도 작위적인 우연의 배치가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기 때문에 감동을 주지 못한다. 이 작품에서 기대했던 것은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이 아니었다. 진짜 젊은 여성의 욕구와 현실이었다. 재기발랄하게 시작되던 소설은 다분히 상투적인 드라마 엔딩으로 끝나 버렸다. 그녀의 구원자는 자신이 아니라 다수의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남자였다. 그리고 그 남자를 차지한 여자는 다분히 평범한 여자였다. 그렇다. 독자에게 선사하는 대리만족의 결말이다. 


 현실을 조명하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이념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긴 하겠지만 현실과는 다분히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스타일”은 현실을 디테일하게 펼치며 공감을 얻어냈다. 하지만 저자는 그 현실을 오히려 던져버린다. 대신 그 자리에 우연의 연발이라는 작가의 노골적인 의도와 소녀적 이상향을 배치한다. 그 순간 이 작품은 솔직함과도 치열함과도 작별하고 만 것이다. 사람다움이란 외로움의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 완전한 해결을 이루지 못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라 할지라도 그 거리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눈물 나는 발버둥이다. 저자는 애석하게도 왕자님에 기대고 말았다.


추천강도: 별 세 개

 

08.06.27 두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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