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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남한산성/ 김훈>
실현할 수 없는 대의인가?
실현할 수 있는 굴욕인가?
영광스러운 죽음인가?
치욕스러운 삶의 연명인가?
역사 교과서가 먼저 떠오르는 시대적 배경이지만 남한산성 안에서의 말들은 이 시대에도 부딪혀 떠오른다.
상황은 여간해서 좋지 않고 딱히 어쩌지 못하는 궁핍하고 부득이한 대안만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실패의 연속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패배자로 인생을 마감한다. 인류의 역사가 기억하는 승자는 심히 소수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망각한 채 성공의 위치에 서 있을거라 확신한다. 그러다 좌절하고 행복을 사치라 여겨간다.
그것이 사실은 보편적인 우리의 삶인데
치욕스러운 역사의 한자락이고 후세의 우리는 그것을 부끄러워한다. 분개하고 그 당시의 어리석은 왕과 신하들, 사대부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그 속에 우리는 없다. 과연 우리는 명예로운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시대에 따라 역사의 정의는 다르게 변하고 그것은 언제나 다른것이 되고마는 지금이라는 시간 때문이다.
그때의 치욕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상황의 어쩔 수 없음이 우리의 지금과 맞닿아있음을 가슴으로 느낀다.
우리가 기억할 것은 고구려의 강대함만이 아니다. 우리역사를 지배해온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것이다. 지혜는 결핍에서 오고 영웅은 극한의 상황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우리 역시 역사의 한자락을 쓰고 있는 세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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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궁핍한 한국문단에서 축복같은 존재이다. 그 궁핍이란 대중과 문단 사이의 거리감에서 비롯된 것을 말한다. 문학의 붕괴. 책을 읽지 않는 대중들. 하지만 사실 읽히는 책들도 많다. 하지만 그 읽히는 책이란 어딘가를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책들이다.
김훈의 책은 쉽사리 책장을 넘기기가 어렵다. 그 이유는 김훈 특유의 문체와 시적인 묘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생소한 단어가 많은 것도 한몫했다. 사실 생소한 단어 때문에 가장 힘이들었다. 시대적 배경에 맞는 리얼리즘을 일구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힘든 건 힘든 것이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젊은 우리세대 즉, 좀 현대적인 작품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있는 것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마음이지만 김훈을 좋아하는 어린 독자로서 가져보는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