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가 겪어온 비참한 삶과 무당 방울애기씨가 되어 펼치는 복수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중반부까지는 복수의 통쾌함이 앞서지만, 점차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을 듯한 처절함에 두려움마저 느껴졌다. 귀문관살, 천라지망살 등 낯선 용어가 많아 다소 어렵기도 했지만 무속과 사주명리학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반전과 묵직한 여운까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소설이다.
평소 박완서 작가의 글맛을 좋아해서 기대했던 책이다. 작가의 문학에서 골라낸 120개의 낱말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는데, 실제로 받아보니 책의 구성과 디자인이 정말 예뻐서 더 마음에 들었다. 낱말과 문장을 천천히 읽어보는 재미가 있고, 익숙하게 알고 있던 말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따뜻한 삽화도 책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초판 한정 부록으로 함께 온 낱말 수집 노트도 마음에 든다. 책에서 만난 낱말뿐 아니라 일상에서 발견한 좋은 말까지 직접 기록해두고 싶어지는 책이다. 박완서 작가를 좋아한다면 소장하고 싶은 책이 될 것 같다.
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미술사나 전문적인 용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작품에 대한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그림과 사람, 가족과 자연, 일상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서 미술을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특히 미술관에서 무엇을 느껴야 할지 몰라 괜히 주눅 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공감하면서 읽을 만하다. 지식을 쌓는 미술책이라기보다 그림을 통해 삶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하는 다정한 안내서라는 느낌이 좋았다.
거대한 사건보다 인물들의 대화와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는 철학적인 소설이다.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 다양한 신념을 넘나들며 괴로움과 평온, 알아차림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예전에 마음공부와 명상에 깊이 의지했던 시절이 떠올라 더욱 특별하게 읽었다.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삶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 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청소년소설인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코미디언을 꿈꾸는 하루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친구들이 하나의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하리의 당당하고 긍정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창피하게 여길 상황에서도 스스로에게 유리한 의미를 찾아내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좋았다. 네 아이가 서로 취향도 성격도 다르지만 각자의 모습 그대로 함께하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웃기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꿈과 우정, 자신을 믿는 마음까지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라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청소년소설이라면 앞으로도 찾아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