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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 무한경쟁 시대를 넘어서기 위하여
플로리안 오피츠 지음, 박병화 옮김 / 로도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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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슬로우>라는 제목보다 아래의 노란띠에 나와 있는 "노스페이스 창립자는 왜 남미의 황무지로 떠났을까?" 이 문구였습니다. 슬로우라는 제목이 너무나도 평범하여 별다른 느낌이 없었을뿐더러 그냥 흔한 자기계발서로 생각했습니다. 겉표지에 영어 Slow를 느림의 미학인 붓글씨로 표현한 시도는 좋았다고 봅니다.

위에서 말했듯 이 책을 처음 접하였을 때 시간관념에 대한 단순한 자기계발서라고 생각을 했으나, 막상 읽어보니까 참으로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는 책의 저자인 작가이며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플로리안 오피츠가 느리게 사는 삶의 대안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 속에서 작게는 개인, 크게는 사회, 더 나아가서는 국가 그 이상의 세계의 흐름에 대해서 고민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시간이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현대인의 시간은 늘어났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하루하루 너무나도 바쁘게 살아갑니다. 분명 기술과 각종 첨단기기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살아가는 수단을 제공하였지만 반대로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편리함과 동시에 촉박하게 살아가는 이중적인 모습이 나타납니다. 한 예로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일들을 한번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반면 퇴근 후 또는 주말에도 업무에 대한 메일로 인해 일이 끊이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바쁘게 살아갔던 저자는 어느 순간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일은 돈벌이의 수단이 될 뿐이지 결코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여유롭고 느긋한 삶을 살아가고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그 대안을 찾기 시작합니다.

1부에서는 각종 시간관리에 대한 세미나와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고, 6개월간 디지털 기기를 끊은 자기와 비슷한 업종의 기자와 힘들게 연락하여 조언을 구하기도 합니다. 2부에서는 더 나아가 "세상에는 오직 빠른 자와 느린 자만이 있을 뿐이다." 라는 세계적 기업 컨설턴트와 인터뷰를 하고, 전 세계 10억 명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로이터 통신 본부를 방문합니다. 이곳에서 무분별한 성장 지향적 세계화 정책이 시간의 상실과 이어진다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시간에 대한 문제가 단순히 개인을 넘어서 사회, 국가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3부에서는 행복과 속도 사이의 대안을 찾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 전문가로 활동하다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자연에 파묻혀 사는 금융 전문가를 만나고, 3대가 함께 알프스 산골에서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가족을 방문하여 몇 일간 같이 생활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계적 부호인 노스페이스 창립자를 찾아 칠레를 갑니다. 그곳에서 노스페이스 창립자 더글러스 톰킨은 그동안의 자기 삶을 반성하면서 자연이 파괴되는걸 막고자 남미에 막대한 땅을 사들여 국립공원을 조성하려는 목표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평균소득은 세계 135위지만 국민의 행복순위는 13위인 부탄을 방문하면서 경제성장과 국민의 행복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됩니다. 끝으로 소득과 관계없이 월 200만 원을 지급하는 "조건 없는 기본소득" 이라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 아프리카가 한 국가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보면 시간이 없다고 바쁘다는 말을 하면서 시간문제에 대해 전 세계를 바쁘게 누비며 다니는 저자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의 여행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가속화 문제에 대해 넓고 장기적으로 보는 시야를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자는 가속화의 문제가 더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성장중심의 정부정책과 세계화의 흐름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부탄의 사례를 보면 국가의 발전이 국민의 행복과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선진국이라고 모든 국민이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우울증이나 자살률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그것을 증명해주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시간에 대한 문제는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국가나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를 순 없습니다. 물론 그러한 행동들이 하나둘씩 모여 커지면 큰 영향력을 발휘하여 다소 지연시킬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큰 흐름을 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가속화를 피하고 싶다면 가장 쉬운 방법은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가는 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삶이 마냥 행복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게 우리는 도시에서 다양한 문화혜택과 편리함을 제공 받습니다. 이처럼 도시와 시골의 삶은 나름의 장단점이 존재 하기 때문에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에 따라 다르다고 보기에 그것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도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국가는 더 이상의 무분별한 성장을 자제하고, 사회에서는 개인의 여가를 장려하고, 개인은 스스로 여유를 가지는 행동을 찾아간다면 언젠가는 저자가 꿈꾸는 세상이 올 것입니다. 최근 대형마트의 강제휴무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저 또한 처음에는 사람들이 겪을 불편을 생각하여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휴무를 통해 남들 쉴 때 쉬지 못하던 마트 직원들이 휴식을 갖고,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개인의 편리를 위해 타인의 희생만을 강조하는건 아니다 라고 보고, 그로 인해 재래시장이 활성화 되어 한쪽으로 치우치쳤던 사회가 다른 쪽으로 균등하게 발전하는 것이야말로 슬로우의 작은 한 걸음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일이 바쁠 때는 우선순위를 두어 풀어나가고 생활이 바쁘다면 좀 더 여유로운 마인드를 가지고 살아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자신이 바쁜지 아니면 다른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내서 바쁜지에 대해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고,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도 바쁘게 놀러다니기 보다 하루 날 잡고 느긋한 휴식을 즐기는건 어떨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듯이 바쁘다고 스스로 스트레스 받기보다 일에 대한 보람과 성취감을 생각하여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그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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