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Apple > 모범생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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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적의 화장법, 살인자의 건강법, 앙테크리스타에 이어 네번째로 읽는 아멜리 노통의 소설 "오후 4시"
아멜리 노통의 소설을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여자 소설은 좀더 빽빽한 글씨로 지금까지 나온 그녀의 소설을 모두 모아서 600페이지 가량되는 책에 묶어놓으면 다 들어갈것 같다.-_-;
두시간만 투자하면 다 읽을수 있는 아멜리 노통의 소설들은 거의 동화책에 가까운 글자크기와 글사이의 공간으로 어쩐지 사기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거지...
아멜리 노통의 테마는 "적"이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언제나 적이 등장하고,
두 주인공이 모두 수다스러운 독설가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제외하고 나면,
내가 읽었던 소설들의 전개 방식은 너무나도 똑같다.
평범하고 고요한 한사람의 일상에,
비상식적인 "적"이 등장해 갈등이 생기고,
그 평범하며 고요한 사람을 똑같이 망쳐놓고나서 끝나는 것.
"적의 화장법"도, "앙테 크리스타"도,
그리고 이 소설 "오후 4시" 역시 마찬가지 였다.
6살떄 처음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평생을 두사람만 보면서 살아온 60대의 노 부부가 있다.
(사실 이 사람들도 황당할 정도로 비현실적이다.-_-;)
행복하고 조용한 노년을 만끽하기위해 한적한 시골로 온 노부부의 이웃에는
뚱보의사가 산다.
뚱보의사 베르나르댕은 어느날부터인가, 이 부부의 조용한 일상에 끼어들기 시작한다.
오후 4시만 찾아와 아무말도 않고 차를 내놓으라는 이 뻔뻔스러운 이웃때문에,
착하고 예의바른 심성의 부부는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로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아멜리 노통 다른 소설이 그렇듯이,
그런 비상식적인 뚱보의사를 등장시켜,
모범생에 가까운 인생을 살아온 착하고 예의바른 에밀의 내면에 감추어져있던
동물적인 야수성을 끄집어낸다.
아멜리 노통의 소설을 읽으면 그녀의 소설뿐만이 아니라,
그녀 자신 자체가 상당히 꼬인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예의바르고, 상냥하고, 타인에게 나쁜 소리 한마디 못하며,
평범하고, 소심하고, 삐뚤어진 구석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빛의 자식들에 대한
그녀의 냉소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그녀가 어린 시절의 가난이나 불행이라던가,
컴플렉스에 시달리며 살아온 사람이라 그렇다는 생각도 들지만,
작가 프로필을 읽어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녀가 외교관의 딸로 태어났고, 사회적으로 봤을때 안정된 상위계층의 사람인데도
이렇게 베베 꼬여있다는 것은,
이런 성격이 반드시 후천적인게 아니라 선천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상류층까지는 아니지만, 인생을 결정지을 정도의 커다란 파도나 극심한 가난을 경험하지 못하고도
성격이 이런 나처럼 말이다.
사실 나는 그녀의 냉소적인 시선에 동감하는 사람이다.
나 역시 착하고 소심한 모범생들은 꼴보기 싫다.
인간 속에 존재하는 추악한 감정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 싫고,
그럴듯한 껍데기로 자신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어려운 단어 써가면서 지껄이는
본질없이 겉멋만 든 사람들의 말이 싫다.
가식과 허위의식이 싫고, 온 세상이 아름다움에 가득차 있거나,
고상한 가면을 쓰고 자기 속에 간직한 유치함을 숨기는 사람들 또한 싫다.
(말하지 않아도 진짜로 고상해 보이는 사람들 빼고..)
언제나 말하듯이 나는 착한 사람이 싫다.
그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악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가만히 있어도 그들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뭐 그런걸 떠나서 나는 본래 그런 사람들과 맞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착하고 유순한 대화가 지루하고 가끔은 역겹기까지 할 정도로 싫다.
아멜리 노통이 언제나 진짜로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세상에 널려있는 고지식하고 잘난 모범생들을 향한 냉소가 아닐까.
소설만 놓고 보았을때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아멜리 노통의 소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비슷한 얘기구조에 이제쯤은 쬐금 질린다.
다른 소설에 비해서 독설이 상당히 줄어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제 다른 주제의 소설도 좀 써보는 것이 어떠실까, 아멜리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