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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CEO ㅣ CEO의 서재 6
야스다 다카오 지음, 김진연 옮김 / 센시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2015년 6월, 일본 오사카(大阪)를 여행하면서 들러야 했던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돈키호테였다. 동생이 부탁한 구매품을 사기 위해 들러야 했던 곳이지만, 사실 당시에는 돈키호테가 어떤 곳인지 잘 몰랐다. 돌이켜보면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 돈키호테에 대해 잘 몰랐다는 게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돈키호테(ドン.キホ-テ)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
50%가 들르는 곳이라 한다. 2016년 기준 매출액이 8조 원을 넘어섰고, 일본 내 35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에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일구어낸 사람이 야스다
타카오(安田隆夫)다. 그가 도둑시장으로 창업해 돈키호테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바로 《돈키호테 CEO》에 담겨 있다.
반항심 많았던 어린
시절 그저 따분한 삶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뒤늦게 고등학교 2학년 3학기에 공부를 시작했고 게이오기주쿠대학(慶應義塾大学) 법학부에
입학했다. 5년만에 겨우 대학 졸업 후 부동산 방문판매업을 하다가 실업자가 되고, 마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1978년 29살의 나이에
장사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18평의 공간을 얻어 '도둑시장'을 창업했다. 도둑시장이라는 이름은 그저 눈에 띄고 싶어서 붙였다고
한다.
도둑시장은 도산한 기업의 제품이나 단종된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지속적인 상품을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평소에 괜찮은 물건들을 눈여겨보고 사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파악하는 게 일이었다. 이런 구매 방식이
돈키호테의 근간이 된 '스팟 상품(수량이나 기간 등을 한정하여 비정기적으로 구매하거나 판매하는 상품)'정책의 원형이 되었다. 좁은 가게에 많은
상품을 구비하다보니 선반이나 통로를 상품 상자들로 채워졌다. 상자만 쌓아두면 알 수 없으니 직접 쓴 POP를 이용해 홍보했는데 이것이 돈키호테의
명물로 불리는 '압축 진열'과 'POP홍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적인
상품은 점점 가게에서 사라지고, 잘 팔리지 않는 상품만 남게 된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죽은 상품'의 산이 되고 만다. 이런 현상을 '간판
상품 자연 감소'라 부른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이 문을 닫는 밤 11시보다 1시간 더 영업했다. 심야영업의
시작이었다.
2년간 도둑시장을 운영하면서 심야영업, 압축 진열, 스팟 상품
정책, POP 홍수 등 돈키호테의 상법을
배웠다.
도둑시장을 정리하고 1983년
'리더'라는 도매회사를 설립했다. 리더는 영업상원이 트럭에 제품을 한가득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판매하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 전화나 팩스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직원들은 계약이 성공할 경우 총 이익의 20%를 별도의 성과급을 받았다. 리더는 연매출 약 50억 엔을
달성했다. 하지만 상품 구매와 판로가 한정된 특수한 현금도매상이었기 때문에 규모를 확장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시 소매업에
도전했다.
1989년 3월, 돈키호테 1호점 후추(府中)점이 탄생했다. 유통업계라는 거대한 풍차를
상대로 기존의 권위나 상식을 타파해나가자고, 혹여 고군분투하게 되더라도 이상을 걸고 돌진하자는 의미로 지은
상호였다.
돈키호테를 열고 기존 소매점
관리 방식인 '상품을 찾기 쉽고, 집기 쉽고, 사기 쉽게 만드는 것'과 정반대로 '상품을 찾기 어렵고, 집기 어렵고, 사기 어렵게' 만들라고
지시했으나 직원들이 이를 따르지 못했다. 수차례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했지만 실패하고 직원들을 가르칠 게 아니라 스스로 하게끔 하자고 마음먹고,
각 직원들마다 담당 매장을 정하도록 한 뒤 상품의 구매에서 진열, 가격 책정,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과감하게
위임했다. 이것이 훗날 돈키호테의 최대 성공 동력이 된 '개인 상점주 시스템'의 시작이었다.
권한을 위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이다. 어떤 직원이든 믿고 일을 맡기면 열심히 일한다. 또 일이 재미있는 게임처럼 되면
저마다 '이기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생겨난다. 신뢰(信賴)라는 한자는 '믿고 부탁한다'는 뜻이다. '자네만 믿네. 부탁하네'라는 의뢰와
'제대로 해놔'라는 일방적인 명령은 하늘과 땅만큼이나
다르다.
2호점 장소를 물색하다가 좀처럼 유망한 부지를 확보할 수 없어 대책을 세웠다. 업계 신문을
뒤져서 어느 외식 체인의 점포 구조조정이 있으리라는 기사를 발견하면 불쑥 그 회사 본부를 찾아가 점포개발부장과 면담을 요청하고 그 자리에서
'철수 예정인 물건이 있으면 꼭 우리에게 넘겨달라'고 부탁했다. 그만 정리하고 싶은데도 계약 기간과 위약금이라는 구속 때문에 어쩔 수없이 영업을
계속해야 하는 점포를 대신 사주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 업체로서도 상품 및 설비를 껴서 파는 방법보다 이익이 크다. 이런 방식을 돈키호테의
'솔루션형 오픈'이라
부른다.
돈키호테는
간판 상품
60%, 스팟 상품 40%의 상품 정책을 가진다. 스팟
상품이란 비정기적인 구매 상품을 뜻하는데, 구입 단가가 싸기 때문에 간판 상품보다 총이익이 더 높다. 60%의 간판 상품으로 견고하게 기반을
다지고, 40%의 스팟 상품으로 이익을
끌어올린다.
1996년 연 매출 100억 엔을 넘어섰고 같은 해 12월 주식시장에 기업공개를 했다.
2000년에 '2×4(two by four)'라는 중장기 경영계획을 발표했다. 2004년 6월기까지 연결매출 2,000억 엔, 경상이익 200억
엔, ROE(자기자본이익률) 20%, 연간 신규 점포수 20개 이상을 달성하자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2004년 6월기 연결매출 1,928억
엔, 경상이익 126억 엔, ROE 18.5%, 신규 점포 24개의 실적을
거두었다.
돈키호테의 성장 요인을 다음의
열 가지로 보고 있다. 권한위양과 주권재현, 심야 시장, CVD+A, 화장지부터 명품까지, 압축 진열,
들러리 상품, POP 홍수, 변화 대응 능력과 고객 최우선주의, 고객친화성, 물건이 아니라 유통을 판매한다.
야스다 타카오가 만든 돈키호테를 보면 놀랍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실제 돈키호테 매장을 가본
사람이라면 느끼는 것이겠지만 다양한 상품과 넘쳐나는 사람들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도둑시장에서부터
돈키호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을 보면 틈새시장을 잘 공략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기에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책의 앞부분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남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심정이 더욱 이런 마음을 부추겼으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신뢰와 재미를
돈키호테에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성장과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마작으로 삶을
탕진하고만 있었다면 야스다 타카오에게 돈키호테가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18평의 작은 공간에 '도둑시장'을 열겠다는 마음과 행동이 지금의
돈키호테를 만들었다. 또 도둑시장을 통해 도매업인 리더로 업종을 전환한 계기도 만들 수 있었다. 통로원리인
셈이다.
돈키호테와 같은 사업 운영 방식이 모든 나라나 기업에서 통용될 수는 없을 거라 생각된다. 사업을
함에 있어 적절한 타이밍과 운도 작용했다고 본다. 다만 창업을 하거나 기업을 운영함에 있어 야스다 타카오의 철학과 운영기법을 참고하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