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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령군 - 조선을 홀린 무당
배상열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2016년 10월 24일, JTBC의 최서원(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 점화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국민 다수가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하고 분노했었다. 어느 누가 자신이 뽑은 국민의 대표가 꼭두각시임이 밝혀졌을 때 기분 좋을 리 있겠는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소추를 받아들였고 파면을 선고했다. 그간 한겨울의 추위에 나라 곳곳에서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들의 촛불이 밝혀졌었고, 또 이를 반대하는 태극기가 휘날렸다.
이번 국정농단 사건 초기에 오방색, 굿과 같은 무속에서 등장하는 단어들이 속속 뉴스를 차지했다. 이는 최시원의 아버지인 최태민과 그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었다(최태민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는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보면 짐작이 가능하니 유투브를 통해 검색해보기 바란다).
국정농단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 멀지 않은 우리의 근대사에 있었던 이야기다. 《조선을 홀린 무당 진령군》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고종이 즉위하고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하던 1864년부터 경술국치로 불리는 한일병합강제조약이 있던 1910년까지의 일들을 팩션으로 쓰여 있다. 따라서 우리 근대사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으면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고종이 즉위하고 흥선대원군이 섭정을 시작하던 시점은 조선 말기이자 대한제국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한국사에서도 근대사라 칭한다. 외래 문물이 자의적이 아닌 타의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정치 상황도 그에 못지 않게 어지러웠던 시기다.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심각하고 국민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때 였다. 흡사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현실이었다.
당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능한 왕과 부정부패였다. 국민들이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높은 세금을 거두었다. 중간 관리들은 이를 빼돌리고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위해 힘을 쏟았다. 기존 군인들의 월급도 주지 못하면서 신식 군대를 만들었다. 외세의 침략과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대내외의 여건 속에서 왕비는 나라의 안녕을 바라는 굿을 벌리고 산천에 쌀을 바쳤으니 어느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더구나 왕과 왕비가 자신들의 바른 사고로 정치를 하지 않고 무당에게 충성을 다했으니 무당은 진령군이라고 하는 칭호까지 얻고 더욱 권위가 높아져 나라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가까우면서 아쉬운 시기라 여겨진다. 무능한 왕과 무식한 백성, 자신들의 배만 불리기에 여념없는 관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울화가 치밀기도 하고 한편으론 기존에 알고 있던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진령군'이라 불리운 무당의 이야기는 아니다. 틈틈이 등장은 하지만 실제 내용은 한국의 근대사에 대한 내용이다. 탄핵으로 어지러운 시국에 어떤 부분을 고민해야 할지를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