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
양우석.신윤경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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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하면 '대동강 물을 판 희대의 사기꾼'이란 수식어가 금세 떠오른다. 어릴 적부터 김선달의 이야기는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존 인물은 아니라 한다.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설화 속의 인물이다. 그래도 오랫동안 우리들에게 친숙하고 사랑받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봉이 김선달'이 등장하는 소설과 영화는 많이 나와 있다. 실존 인물이 아니어서 작가에 따라 해석은 다양하다. 최근에 개봉했던 유승호 주연의 영화<봉이 김선달>과 이 책의 저자 양우석이 쓴 <봉이 김선달>은 또 다른 맛이 있다. 영화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했던 이의 작품이라 그런지 내용을 읽다보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두 작품을 일일이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당장 주인공인 김선달의 이름을 비교해도 영화에서는 김인홍이라 하고 이번 소설에서는 김사원이라 하였다. 등장 인물들도 다르거니와 소설 속 에피소드들이 더욱 흥미진진하다.

평양에서 '봉추당'이란 이름의 서당을 열고 겨우 밥벌이를 하고 있는 김사원은 김선달로 불린다. 문과와 무과 모두 급제하였지만 가진 재산이 없어 쉽게 말해 대기발령 상태로 살아간다. 뇌물을 상납하고 벼슬을 얻으면 되지만 곧은 그의 성격이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조덕영이 자신의 집안을 키우겠다는 심산으로 평안감사로 부임하고 세수를 갈취하는 등 백성을 괴롭히는 아주 악질적인 탐관오리다. 우연한 기회에 조덕영의 비리를 발고하는데 기여하게 된 김선달은 그때부터 조덕영과 꼬인 운명이 된다. 
한편 홍경래의 난이 진압되고 김선달의 아내 최유리와 딸 김소월이 청에 노예로 팔려가게 된다. 김선달은 아내와 딸 그리고 함께 끌려간 삼천 명의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대동강 물을 팔기로 한다.

18장으로 구성된 <봉이 김선달>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드라마로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글의 흐름도 유연하고 등장 인물들 간의 갈등이 잘 스며들어 있다. 더구나 뜻하지 않은 반전도 있어 독자로 하여금 흥미와 몰입을 유도 해준다. 대동강 물을 팔기 위한 계약을 하는 순간에는 위기의 순간도 있어 쫄깃한 긴장감도 느낄 수 있다.

국가적으로 어수선한 시국이다. 매주 주말이면 광화문 광장으로 사람들이 모여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다. 대통령과 관련된 부정부패가 국민들에게 상실감을 넘어 절망감으로 다가왔고 정의가 바닥에 떨어진 대한민국을 살리고 싶다는 절규라 생각한다. 이러한 시기에 김선달이 활동한 그때나 지금이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비춰보면서 씁쓸함과 통쾌함이 남는다. 우리는 어려운 시국에 좌절보다 풍자와 해학으로 역경을 견뎌냈다. 지금도 비폭력 시위를 하면서 축제와 같은 집회를 하고 있다. 아마 <봉이 김선달>을 읽으며 잠시나마 답답한 나라 걱정을 덜어둘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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