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산티아고
한효정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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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 나는 프랑스 생장드피드포르에서 스페인 피니스테라까지 900㎞가량 걸었다. 물론 직접 걸은 게 아니라 《지금 여기, 산티아고》의 저자인 한효정 씨가 걸어간 길을 책으로 함께 걸은 것이다. 그녀는 37일이 걸렸지만 나는 12일이 걸렸다.


그녀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된 건 대장암 수술, 이혼 그리고 사업실패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그렇다.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기회인 것이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41일이란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맑은 날, 궂은 날, 함께 걷는 날, 홀로 걷는 날 등 어쩌면 우리의 삶의 모습처럼 900㎞를 걸으며 수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얻는 시간을 가졌다.


2015년 12월, 마흔이라는 나이에 직장은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다. 늦게 시작한 석사과정도 이번이 마지막 학기다. 마흔이란 시간이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생애전환기'라고 명명까지 해주어 인생의 터닝포인트임을 각인시켜주었다. 하지만 사회적 알람이야 그렇다고 할지라도 지금까지의 나의 모습과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걱정은 떨칠 수 없다. 그래서 최근 나 역시 여행을 떠나볼까?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당장은 떠날 수 없기에 여행기를 통해 내면의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 《지금 여기, 산티아고》는 나의 가슴 전부는 아닐지라도 명치를 지긋이 누르는 느낌이 있는 책이었다. 순례 중 틈틈이 가진 생각들과 특히, 순례의 마지막쯤 되었을 때 그녀가 느낀 감정인 목적지 도착을 늦추고 싶은 마음은 요즘 내가 느끼는 바로 그것이다. 내일 대학원 졸업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퇴근도 하지 않은 체 리뷰를 쓰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지금 남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다. 


앞으로 한 달 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도 저자 한효정 씨처럼 내 인생의 순례길을 걸어야겠다.


"부엔 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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