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 - 정명공주와 광해군의 정치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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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華政)은 선조의 딸이었던 정명공주가 쓴 글씨에서 유래한다. 당시 평균수명 40세의 두 배였던 83세를 살았던 그녀. 그녀는 선조, 광해군, 인조, 효종, 현종에 이르기까지 왕실의 역사와 함께 했고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살기 위해 화정이라는 정치 철학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건 아닐까 싶다.


<화정>은 현재 M방송국에서 월화 드라마로 방영 중에 있다. 정해진 시간을 지켜 TV를 시청할 수 없는 여건 때문에 방송이 된다는 것만 알고 있다. 광해군으로 차승원, 정명공주로 이연희가 출연 중에 있다고 한다.


그럼 왜 요즘 '화정'이 화두가 되는 것인가?

그녀의 평소 생각인 '내가 원하건대 너희가 다른 사람의 허물을 들었을 때 마치 부모의 이름을 들었을 때처럼 귀로만 듣고 입으로는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입에 올리고 정치와 법령을 망령되이 시비하는 것을 나는 가장 싫어한다. 내 자손들이 차라리 죽을지언정 경박하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말이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하는 이 문장 속에 담겨져 있다고 보여진다.


<화정>에서는 선조에서부터 효종에 이르기까지의 왕실과 국내외 정세에 대해 적혀있다. 외세의 눈치를 봐야하며 안으로는 백성의 안위는 뒷전인 체 자신들의 세력을 만들기 위함에 혈안이 된 위정자들의 붕당정치의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시기였다. 

어찌보면 최근 우리 현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상황인 듯 보여진다. 친명배금을 주장했던 당시의 상황도 어느새 후금은 명(明)을 굴복시키고 청(淸)을 세워 새로운 강자가 되었듯 사대만으로 스스로의 안위를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요즘 세계적인 미국의 패권이 중국으로 점점 옮겨져 오는 것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조선사뿐 아니라 역사는 반복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늘 안타까움이 생긴다. 그 당시와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그때의 모습을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하고서도 인간은 우둔하게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에게 후회라는 감정과 지각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의 머리말에 '화정'의 의미를 빛나는 다스림, 그래서 관용, 친절, 배려라는 세 가지 관점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은 그다지 공감되지는 않는다. 또 정명공주가 활동한 내력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여러 편찬물에서 발췌하여 유추한 내용이 기준이기 때문에 역사적 사건을 기준으로 기술된 점들은 더욱이 정명공주의 정치 의도는 보여 줄 수 없던 부분이라 생각된다. 특히 공주로써 그녀가 가졌던 정치적인 힘이 그다지 없는 상황이거니와 그녀가 바람에 흩날리듯 바뀌는 왕에 따라 눈치를 봐가며 살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더욱 입과 눈과 귀를 닫고 행동을 제약하며 살아야만이 그나마 붙어 있는 숨을 유지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역사서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조금은 잊혀지고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다시금 돌아보면서 현재의 모습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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