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대화에는 통역이 필요하다
이정숙 지음 / 넥서스BIZ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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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종류의 인간


세상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한다. '남자, 여자, 너'. 우스게 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고 알고 있다. 생김새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다. 어린 아이들도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걸 안다. 조금만 성장해도 남아들은 엄마따라 여탕가는 걸 정말 싫어한다. 다른 종족이기 때문에 자신을 보여주는 걸 부끄러워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치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서로가 만나야 종족을 유지하고 번영하게 만든다. 그런데 허구헌날 갈등의 연속이다. 왜 그럴까?

 

남녀의 갈등은 무엇 때문에?

 

이성을 많이 만나본 사람들의 강점은 무엇일까? 개인의 매력을 충분히 소구(appeal, 訴求)하는 능력이 뛰어난 점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그 바탕에는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 간의 대화에서 갈등을 호소한다. 특히나 처음 관계를 맺을 때는 상대에 대한 호감이 상승한 상태이기에 무엇이든 받아들이려는 상태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정도는 낮아지면서 '왜 저 사람은 다르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갈등은 꾸준히 일어나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 체 늘 힘들어 하는 것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배려와 양보, 역지사지)을 끊임없이 한다고 하지만 근원적 문제점을 알지 못하고 늘 주변을 서성인다고 보여진다.

 

남녀의 대화에는 통역이 필요할까?


《남녀의 대화에는 통역이 필요하다》의 저자 이정숙은 남녀 간의 문제점은 원초적인 부분에서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이해를 구하고 있다. 원시시대에 남자는 생존을 위해 사냥을 하고 멀리 내다보는 기능이 발달해 왔고, 반대로 여자는 육아와 생활을 위해 주변을 돌보는 능력을 길러왔기 때문에 본성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거론한다. 과거에 출간되었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도 이와 같이 제시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행동과 생활 방식이 달랐던 점은 사고에도 영향을 주었고 그것은 세대를 이어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도 본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남성성이나 여성성이 강한 사람들 간의 대화는 갈등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라 보여진다.

 

저자는 30개의 상황에 따라 남녀가 각기 생각하는 바가 다르다고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남자는 여자들이 알아서 베풀 듯 여자도 남자가 알아서 배려할 것을 기대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럴 때 나라면 무엇을 필요로 할지 생각해 보고 공동생활을 하는 파트너 여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정도로만 배려해도 여자들과의 대화가 편안해질 것이다.<50쪽>


여자가 남자에게 자기주장을 관철시키려면 감정을 절제하고 사실 중심으로, 직설적인 언어로 부드러우면서도 명료하게 말해야 한다. 반대로 남자가 여자에게 주장을 펼 때는 과정을 중시하는 여자의 언어 사용법에 맞추어 주장의 경위부터 설명한 뒤 주장하는 바를 말하는 방식으로 표현해야 주장을 관철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76쪽>


오랫동안 남자의 선택에 따라 삶의 수준이 결정되었던 여자는 자신이 결정한 일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알아 두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에 대한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부가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는 대부분의 결정을 이성적이고 직접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미 결정이 끝난 일에 대한 부가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결정에 대해 의심하는 것이라고 해석해 불쾌해한다.<84쪽>


대부분의 남자는 협조받는 것을 빚지는 것, 남자다움의 상실, 능력 부족 등과 연결시켜 생각한다. 여자는 자기가 곤경에 빠지면 남자가 알아서 협조해서 구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남녀 모두 협조에 대해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대화 단절을 예방할 수 있다.<92쪽>


여자는 자신의 고민에 공감해 주고 걱정해 주는 대화를 원하는데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고 해결책만 제시한다면 대화는 중단되고 두 사람의 거리도 멀어질 것이다.<102쪽>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 지식 정도를 타인에게 뽐내고 싶은 욕망과 함께 유대 관계가 깨져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자든 여자든 '잘 통하는 주제', '선호하는 청중'을 만나면 아무리 과묵한 사람이라도 입이 트이게 마련이다.


(중략)


 

남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능력 과시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평소에 과묵한 남자도 자신이 잘 아는 주제를 만나면 저절로 말이 많아진다. 남자는 원시시대부터 피를 보고 살상을 해야만 먹거리를 구할 수 있었던 생활을 통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지나간 실패담을 머리에서 깨끗이 지워 내는 기능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과거보다 미래, 실패담보다 성공담 등의 주제로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116~117쪽>


남녀 공동생활을 원활한 소통으로 평화롭게 유지하려면 남녀 모두 상대방의 농담 개념과 방법을 정확히 알고 방법과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치명적 약점은 절대 농담 소재로 삼지 않는 것이 좋고, 여자들은 남자의 농담이 지나쳐도 고의가 아님을 인정하고 정 듣기 거북하면 "저는 그런 농담을 들으면 기분이 상해요."라고 자신의 생각을 정중하게 말해 농담을 멈추게 하는 것이 좋다.<141쪽>


 

따라서 실제 남자와 여자의 통역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상대방과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다. 특히나 사람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능력은 조직 내의 위치가 오를수록 더욱 요구된다. 다들 내 맘 같지 않은 데 힘의 논리로 나를 따르라고 말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사고방식의 차이에 대한 이해와 양보, 배려를 통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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