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수상한 비타민C의 역사 - 아주 작은 영양소가 촉발한 미스터리하고 아슬아슬한 500년
스티븐 M. 사가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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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매일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데 있어 루틴이 있을 겁니다. 저의 경우는 하루 동안 필요한 영양소를 음식 대신 채워줄 영양제를 챙기고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것이죠. 가급적 균형 잡힌 식사를 먹으려고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습니다. 정해진 식사시간 동안 바쁘게 허기진 배를 채우고 또다시 일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자연스레 건강보조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챙기는 건 무병장수를 하고픈 본능에 기인한다고 봐야 할 겁니다.


괴혈병으로 알아낸 비타민C

비타민C는 인간에게 필수 영양소입니다. 인간은 비타민C를 체내에서 생성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대신 음식, 특히 신선한 과일과 베리류, 녹색 채소, 감자, 고추, 양배추는 풍부한 비타민 공급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들로 인해 비타민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비타민C의 결핍이 괴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까지 400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합니다. 20세기 초가 되어서야 괴혈병의 본질이 밝혀지고, 1930년대 초 과학자들은 괴혈병을 치료하는 물질을 분리하고 화학구조를 규명했습니다. 괴혈병 치료 물질은 항괴혈병(괴혈병 scurvy을 방지 anti 한다는 의미) 물질이라는 의미에서 '아스코르브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아스코르브산은 산소의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세포 내 소기관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효소의 보조인자로 작용하면서 산소기 유익한 영향을 미치도록 돕습니다. 아스코르브산은 철이나 구리를 포함하는 수많은 효소의 보조인자입니다. 콜라겐 합성 반응에서 아스코르브산의 역할은 괴혈병의 주요 증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습니다. 콜라겐은 동물에 가장 풍부한 단백질로 몸을 하나로 묶는 주요 분자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타민

비타민C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타민입니다. 비타민C 공장은 주로 중국과 인도에 있고 매년 15만 톤 넘게 생산된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약 3분의 1이 영양제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나머지는 식품 가공과 보존, 물 정화에 쓰인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비타민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데는 라이너스 폴링이라는 과학자의 노력(?) 덕분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식단과 비타민으로 거의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 비타민C 메가도스가 감기와 독감, 암과 심장병을 예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그가 집필한 《비타민C와 감기》가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의 주장이 과학적으로 뒷받침되지는 않았지만 비타민C 판매량이 급증하였고, 이러한 성공의 영향으로 비타민과 영양제 산업이 급성장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먹어야 하나

미국과 서유럽 평균 식단은 하루에 비타민C 약 100밀리그램을 제공하며, 괴혈병 예방에는 그보다 훨씬 적은 양, 즉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10밀리그램을 넘지 않게 섭취해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은 비타민C를 섭취하면 건강에 좋다고 믿습니다. 항산화 영양제가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향상하거나 심장과 폐 질환, 암, 백내장, 망막 질환인 황반 변성 등 만성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항산화제 연구의 메타분석에서는 다양한 항산화제 혼합물이 암, 심장 질환, 백내장 발생률을 낮춘다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며, 이보다 나쁜 소식은 항산화 영양제를 복용하는 집단에서 사망률이 약간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점이라 합니다. 또한 항산화제가 위장관 암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비타민C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설사, 메스꺼움, 위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인체에 철분을 과도하게 저장하는 혈색소증 환자가 비타민C를 다량 복용하면 병세가 악화되고 신체 조직이 손상될 수 있다."라고 합니다.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녹색 채소와 신선한 과일이 포함된 다양한 식단을 섭취할 것을 권하며, 불가능하다면 비타민C를 하루에 50밀리그램씩 적당량 섭취하라고 권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깊이 그리고 흔하게 자리 잡은 비타민C에 대해 지금껏 너무 무관심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자성을 해봅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데 기여를 한 것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규명되지 않는 진행형의 부분에서 스스로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임상시험의 대상으로 활용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가져보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비타민에 대한 과학사도 들여다보고 그간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던 비타민에 대해 한 걸음 물러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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