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흔들린다 - 경제, 정책, 산업, 인구로 살펴본 일본의 현재와 미래,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정영효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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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지 않은 '일본'

1인당 국민소득 세계 28위, 국가경쟁력 세계 13위, 디지털 기술력 27위, 남녀평등지수 116위라는 게 현재 일본의 모습입니다. 일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은 기업들이 먼저 느끼며 반응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많이 변했다", "국가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오늘날 일본에 자동차와 소재·부품·장비 산업 외에 경쟁력 있는 분야가 뭐가 있나. 더는 이 나라로부터 배울 건 없다" 같은 말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저자는 일본에서 연수와 한국경제신문 특파원으로 일하는 동안 기록한 일본의 쇠퇴 신호를 들여다보고 일본이 처한 근본 원인을 찾고자 합니다. 이 책에서는 경제와 증시, 정부와 정책, 기업과 산업, 인구와 사회의 4개 파트로 구분하여 분석하고 있습니다.

경제와 증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었던 엔화는 이제 그 지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엔저로 인해 투자는 줄고, 소비도 동반해 줄었습니다. 디플레이션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시라카와 히로미치 크레디트스위스재팬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뒤따르지 않으려면 재정지출을 늘려 비대해진 정부를 막으라고 조언했다고 합니다.

정부와 정책

일본경제의 부진은 물가가 아니라 잠재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며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임금과 물가를 올리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새롭게 바꾸는 데도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일본에서 생산성 향상으로 근로자의 소득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사회 시스템을 유지할 수 없는다는 걸 일본정부도 알고 있으나 역대 정부가 대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만 주력했다는 점입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두터운 우대 정책을 누리고 일부러 기업의 규모를 키우지 않는 '피터팬 증후군'은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업과 산업

일본기업들은 기술력을 과신한 나머지 독자성을 고집하다가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지는 '갈라파고스화'를 수십 년째 반복하고 있다며 '일본은 기술에서 이기고 사업에서 진다'는 자조적인 말을 한다고 합니다.

또 안정된 물가와 초저금리 시대를 지나는 동안 일본의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을 늘리고 투자를 줄였습니다. 투자를 외면하니 수익성 정체로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의 GDP는 7% 증가한 반면, 미국과 EU는 20%, 아시아 국가들은 2배 증가했다고 합니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니 사람들도 저축에 혈안이 되지요. 2021년 말 가계 금융자산은 2,023조 엔이라 합니다. 문제는 54%가 예금과 현금이고 주식은 10%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개인도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지요.

일본의 고질병인 낮은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것도 디지털화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인구와 사회

장기 디플레이션을 탈출할 방법은 인구 감소를 막고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것인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여기에 일본의 진취적인 면모가 사라지고 만성적인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책임 안 지려는 문화'를 꼽기도 한답니다.

또한 구성원이 철저한 연공서열에 따라 오랜 기간 같은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부정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분위기의 조직 폐쇄성도 있습니다.

반면교사 할 것

한국이 현재는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나 근본적인 문제인 인구 감소라는 동일한 문제를 가진 건 확실합니다. 지방이 소멸되고 기업과 개인이 투자를 줄이게 된다면 우리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겁니다. 경직된 기업과 사회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저해할 뿐입니다. 특정한 분야에서만 개선될 것이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고르게 문제를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로벌 사회에서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바로 옆 나라 일본이 흔들린다면 우리 역시 그렇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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