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관계는 듣기에서 시작된다 - 듣기의 기술이 바꾸는 모든 것에 대하여
케이트 머피 지음, 김성환.최설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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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인에게 기대하는 것

누군가에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건냈다가 무심하고 성의 없는 답변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경험이 얼마나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드는지 잘 알 것이다. 대화 상대가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든, 아이디어를 제안하든, 꿈을 공유하든, 두려움을 드러내든, 중요한 사건을 회상하든 간에, 그 사람은 자신의 속마음을 당신에게 내어준 것이다. 그런데도 당신이 속마음을 소홀히 대한다면, 그 사람은 '이 사람한테 진심을 드러내선 안 되겠어'라고 생각하면서 말을 가려서 하기 시작할 것이다.

듣기는 우리의 주의력을 고양시킴으로써 느끼는 감각을 섬세하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면 기울일수록 당신은 더욱 더 생기를 띠게 되며 당신의 주변 세상 역시 그만큼 더 활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듣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놀라운 두뇌가 상대의 말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달리면서 우리를 산만하게 만들어놓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종종 거만한 태도를 취하면서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못 이해한 내용들을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또한 너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 우리 자신의 생각이 지닌 결점을 발견하게 되거나 상대의 감정을 감당할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머릿속으로 후퇴를 하거나, 말로 상대의 말을 뒤덮거나, 휴대전화를 향해 손을 뻗는다.

사실 기술은 듣기 자체를 방해한다기보다는 우리에게 듣기를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동료 인간들의 불완전함과 너저분함을 피해 기기가 제공하는 안정감 있는 환경으로 도피하며, 그곳에서서조차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삭제를 해버린다. 그 결과 우리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풍부함과 뉘앙스를 상실한 채 고질적인 불만족감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없으면 담화의 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듣기는 종종 온순하고 수동적인 태도로 여겨지지만, 실은 말하기보다 더 강력하다. 듣기를 실천할 때 당신은 배우게 된다. 듣기는 진리를 꿰뚫어보고 속임수를 탐지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사실 상대방의 말을 대하는 태도는 듣기 능력이 훌륭한 사람을 가늠하는 척도인 동시에 훌륭한 인물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듣기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해와 친밀감도 노력을 통해 획득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삶에서 가장 원하는 것, 즉 누군가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해하고 이해받는 것)은, 오직 속도를 늦추고 따로 시간을 마련할 때만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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