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안 죽었다 - 낀낀세대 헌정 에세이
김재완 지음 / 한빛비즈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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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

저자는 74년생, 나는 76년생이니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년이다. 어린 시절 격동의 80년대를 살았고, 일취월장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체감했다. 2000년대를 접어드는 시기에 IMF로 취업난을 돌파해야 하는 운명을 감당해야 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중년으로 접어드는 우리에게는 힘겨운 시련의 시기였다. 그렇게 갖은 풍파를 견뎌낸 X세대는 저자의 말대로 위로는 베이비부머세대, 아래로는 Y세대, 그 아래로는 MZ세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제대로 낀낀세대가 되어 점점 꼰대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흰머리와 주름이 늘고, 밸트의 여유가 점점 줄어드는 중년으로 안착하고 있다. 아직도 라디오와 티비에는 우리가 청소년과 청년 시절에 유행했던 음악들이 재생되고 있지만 시기로만 따지면 '8090'이라는 숫자 프레임에 갇혀가고 있다.

 

가족, 추억, 업, 현생

대부분의 에세이들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이야기들이다. 『나 아직 안 죽었다』 역시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와 지난 같은 시기를 살아왔기 때문에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을 들춰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가족」,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누구에게나 가족에 대한 기억은 애틋하다. 부모에게는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서도 갚지 못한 죄송함이 남는다.

「추억」, 청소년기를 거치고 청년에 접어들던 그때는 지금의 디지털과 4차산업혁명을 앞서 준비하던 시대였다. 그 어느 때 못지 않게 새로운 문물이 우리의 눈과 귀를 흥분하게 했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기였기에 '아이러브스쿨'로 학창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아련함은 지금도 그립다.

「업(業)」, 불교에서는 심신의 활동과 일상생활을 말하지만, 우리는 대개 직업을 업이라고 한다. 다만 이 직업이란 것이 보다 넓고 깊이있게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업과도 무관하지 않다. 더구나 중생이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을 말하며, 혹은 전생의 소행로 말미암아 현세에 받는 응보를 말하는 것이 업(業, karma)이니 직업 전선에서 우리가 겪는 희노애락도 다 업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40대 직장인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퇴직에 대한 두려움, 장년을 준비해야는 걱정은 특히나 공감된다.

「현생」, 살아가는 데 정답은 없다. 각자의 삶의 방식은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거다. 마흔이 넘어서면 각자의 삶의 방식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한 그간 살아왔던 것에 대한 후회도 느껴진다. 요즘 말로 부캐의 삶을 살아보는 것도 필요한 시기다. 저저 역시 작가라는 삶을 살아가는 걸 보면서 나도 나만의 삶을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70년대생 이해하기

70년대에 출생한 이들은 비슷한 경험과 추억을 갖고 살아갈 거다. 아이의 아빠나 엄마가 된 이들도 있고, 싱글로 살아가는 이도 있겠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은 함께 겪었던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비록 저자의 삶이지만 그를 통해 잊고 있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잠시나마 스스로를 돌아보고, 보다 젊은 이들은 중년의 삶을 살고 있는 X세대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재미난 글솜씨 덕분에 에세이를 읽는 동안 지루함이 없어서 좋았다. 작가의 길을 추천한 저자의 아내가 식견이 좋았던 것 같다. 책 속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저자는 득도한 아내에게 배움과 가르침을 받으며 남은 생을 살아도 좋을 거 같다.

나도 부캐의 삶을 고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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