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 - 깐깐한 의사 제이콥의 슬기로운 의학윤리 상담소
제이콥 M. 애펠 지음, 김정아 옮김, 김준혁 감수 / 한빛비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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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겪는 여러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특히나 의료계는 윤리적인 딜레마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장기이식, 복제 양, 암의 생물학적 표적 치료, 인지기능 강화제, 착상전 유전자 선별검사, 형질전환 쥐 등 과학이 발전하여 우리는 장수할 수 있는 길이 생겨났다. 반면 이들을 실제 인간에게 도입하는 데는 많은 윤리적인 문제가 도사린다. 당장 신약이나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여 임상시험에 들어가기에 앞서도 윤리문제를 검토하는 IRB(Institutional Review Board,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인간이 장수를 꿈꾸며 개발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실제 접목하기에는 비윤리적인 아이디어가 더 많이 적용된다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거다.

《누구 먼저 살려야 할까?》라는 제목은 가령 우리가 아이들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질문과 유사하다. 물론 이런 질문은 단순한 딜레마에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생명과 윤리의 문제에서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체에 직접 적용하기에 앞서 윤리성 여부를 심의하는 위원회를 거쳐야만 하는 것처럼 엄격한 부분이다. 한편으로 윤리라는 것도 시대나 상황에 따라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일 경우도 생겨나고 혹은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79가지 질문들은 그간 우리가 많이 들어보았던 생명과 윤리의 갈등 가운데에 있는 것들이다. 1부에는 현장의 의사들이 고민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고, 2부에는 개인과 공공 사이의 문제들, 3부에는 현대의학이 마주한 문제들, 4부에는 수술과 관련한 문제들, 5부에는 임신·출산에 얽힌 문제들, 끝으로 죽음을 둘러싼 문제들이다. 책에 나온 몇 가지 질문들을 발췌하면 '살인자가 의사가 된다면?', '바이러스 보균자를 강제 격리해야 할까?', '입사 지원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요구한다면?', '머리만 옮길 수 없을까?', '인간을 복제할 수 있을까?', '무엇으로 죽음을 판단해야 할까?' 같은 질문들이다. 질문만 들어도 금세 머리가 아프다.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반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뉴스를 통하거나 혹은 의료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들은 해봤을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저자도 이런 질문에 답을 내렸다기 보다는 독자에게 함께 고민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의료윤리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무척 엄격하다. 그래서 법으로 정하는 바도 많다. 의사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경우도 많지만 의사라고해서 전지전능한 신은 아니지 않는가. 그들도 인간이기에 이런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한 자신은 선의로 했을지라도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고 다수의 질타를 받는 경우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결코 쉽게 풀릴 수 없는 질문들이다. 천천히 현명한 답을 찾는 고민을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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