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 중독 - 매 순간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착각
셀레스트 헤들리 지음, 김미정 옮김 / 한빛비즈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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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중독, 영어로는 워커홀릭(workaholic)이 노동자들에게 유행처럼 번졌고, 관습처럼 대물림됐으며, 일 중독자야말로 진정한 직장인처럼 칭송과 추앙받던 시절이 있었다. 과로사는 개인과 그 가족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조직에서는 잠시이나마 회자되며 그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렇게 흘러가던 세상은 이제 변화되고 있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곧장 적용된 곳은 300인 이상의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2021년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의 사업장까지 적용된다.

과거에는 일을 많이 하고 늘 바쁜 것이 미덕이었다. 집에서도 밀린 일을 하다가 지쳐 잠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이란 단어가 등장할 만큼 일과 가정 혹은 일과 개인의 생활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로 흐르고 있다. 당연히 개인의 삶이 존중받고 그것을 위한 도구로 일이 역할을 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일과 조직을 위해 부속품처럼 사용되는 것이 개인이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바쁨 중독》의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버트런드 러셀이 87년 전에 쓴 수필에서 찾게 된다. 세상에는 능률 숭배에 빠져 있는 이들이 너무 많다. 능률 숭배자란 무슨 일이든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 집단이다. 그들은 항상 바쁘고, 자신들의 모든 노력이 시간을 절약하고 삶을 개선해 준다고 믿는다.

우리는 공허하거나 불만족스럽거나 충족감을 느끼지 못할 때마다 더 열심히 일하고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다. 이런 강박적인 사고는 산업 시대를 맞아 널리 퍼져나갔고, 이후 200여 년 동안 점점 더 강화되었다. 우리는 개인의 발전이 아닌 작업 산출물(work product)을 우리 시대의 척도로 삼는다.

따라서 저자는 여가에 대한 새로운 고찰과 빈둥거림(idleness)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가 제시한 9가지 바쁨의 현상과 이유들을(삶의 속도가 빨라진 이유, 증기 기관의 등장으로 시작된 노동 습관, 노동은 선이고 게으름은 악이라는 의식, 시간이 곧 돈으로 인식 등)은 정말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바쁨이었나를 자문하게 한다. 그리고 아홉 가지 진짜 삶을 찾을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째, 시간 지각 능력을 높인다. 둘째, 이상적인 일정을 세운다. 셋째, 자신과 동떨어진 사람들과의 비교를 중단한다. 넷째, 일하는 시간을 줄인다. 다섯째, 여가 일정을 잡는다. 여섯째,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을 마련한다. 일곱째, 팀으로 일한다. 여덟째, 작은 이타적 행동을 한다. 끝으로 수단이 아닌 목표에 집중한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면서 바쁜 것이 살아남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나 바라는 건 오롯이 자신의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을까? 어느날 갑자기 번아웃(burn out)이 되어 우울증이 생기거나 삶을 포기하게 되지 않으려면 바쁨과 거리두기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바쁨 속에 자신을 잃어버린 건 아닌지 스스로를 비추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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