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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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티미는 부부다. 둘 사이에는 아이가 셋이 있다. 각자 자신의 일을 하며 화목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티미가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던 어느 날 군나르가 등장한다. 티미는 군나르에게 첫눈에 반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 역시 가정을 갖고 있는 유부남이다. 그는 그녀보다 어리다. 그의 집은 존과 티미가 살고 있는 집과는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 티미와 군나르가 비슷한 취미생활을 자주 함께 하기 시작한다. 존은 그들을 제지하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더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고, 급기야 존은 군나르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긴다.

한동안 유명했던 드라마《부부의 세계》가 이런 내용이었다고 한다. 직접 보지 못했지만, 어린 남자와 나이든 여자가 사랑(불륜)을 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 알고 있다.

『결혼의 연대기』는 앞서 줄거리를 언급한 것처럼 존과 티미의 화목하던 가정이 어느 날 한 남자의 개입으로 인해 끝내 이혼을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결혼생활 속에서 어느 누구 못지 않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던 그들이지만 파경에 이른 계기는 무엇일까?

첫째, 존은 티미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나 싶다. 군나르의 존재를 알고, 티미와 군나르가 함께 취미를 핑계로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남에도 그는 수수방관한다. 수컷과 암컷 사이에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긴장하지 않는다. 되레 이를 즐긴다. 자업자득이라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 거다.

둘째, 자기애가 커지는 의식이 팽배해지는 것 때문일 거다. 요즘은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과거처럼 결혼과 동시에 상대방과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는 책임감이나 의무감이 줄어드는 것 같다.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결혼을 하지만 영원한 사랑은 없으니 그 수명이 다하면 어느 정도의 의무감으로 결혼생활을 지속하지만 새로운 기회나 사랑이 생기면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의식이 깔린 탓이 아닐까 싶다. 이는 노르웨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대개 사회 구성원들의 지적 수준과 의식이 높아지면 집단보다는 개인의 가치가 더 존중 받아야 한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으로 변한다.

이혼이라는 결론을 두고 존과 티미의 결혼생활을 지켜보는 건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파국으로 치닫는 순간이 뻔히 예견되는 부분들은 속이 끓고, 마지막 존의 자위 장면에서는 초라하고 불쌍하기 그지 없는 패배한 수컷의 모습에 슬픔마저 느껴진다.

결혼이란 뭘까? 사랑이란 뭘까? 남녀가 결혼이란 제도를 통해 함께 살아가는 이유는 뭔지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나만 바라보며 살겠다고 했던 과거의 다짐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말일까? 결혼한 부부들에게 각자 애인이 없으면 바보라고 말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농담 반 진담 반일 게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결혼과 사랑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다. 결혼을 앞두거나 결혼한 부부들은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들을 공유하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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