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군주론 - 국민주권시대의 제왕학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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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에 유독 많이 보이는 책 중 하나가 '제왕학'이란 제목이다. 제왕학(帝王學)은 왕이 되었을 때 활용하기 위한 학문들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고대 중국의 제왕학은 제왕들의 생존술에 관한 실용 지식이었다. 나라를 잘 유지하는 것, 그러려면 정치는 안정해야 하고, 나라의 곳간은 풍족해야 하며, 야심에 찬 신하들은 제압해야 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적국에 잘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제왕학은 지금에는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리더십, 즉 공동목표를 지향하는 집단을 이끌며, 동기를 부여하고 헌신해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제왕학이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건 그만큼 경영 환경이 좋지 못하단 뜻이기도 하고,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요구들이 제기 때문일 거다. 과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요구되는 리더십을 『21세기 군주론』은 고대 제왕학의 교과서라 불리는 <한비자(韓非子)>를 통해 '군주는 어떻게 통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책이다.

 

사사로움과 편애가 없는 공평무사함, 만민을 평등하게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하는 군주는 세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나라 안에 나랏일을 도울 인재가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을 쓸 만한 명군이 없는 것이 걱정이며, 재원이 부족한 게 아니라 재물을 공평히 나눌 인재가 없는 게 걱정이란 것이다. 둘째, 우두머리가 될 만한 자질이 있는 사람은 때를 알고, 사사로움이 없고 시기를 갚이 헤아리며, 재원의 용처와 용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인사권을 제대로 행할 수 있는 자여야 한다. 셋째, 군주는 일처리가 늦으면 형세의 파악에 둔하고, 재물에 인색하면 주변에서 좋은 사람들이 떠나며, 소인배를 신임하면 현명한 사람들의 지지를 잃는다. 이 세 가지는 이 책에서 줄곧 재등장하는 내용이다.

 

고대 제왕학에서 군주가 해야 할 일의 시작과 끝은 바로 '무위(無爲)'다. 군주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신하들이 스스로 일하도록 만드는 심리적 기술을 의미한다. 제왕학은 '만기친람(萬機親覽)'이야말로 군주가 금해야 할 것으로 꼽는다. 또 군주의 우환은 반드시 막료들과 함께 부화뇌동하는 데 있다. 특정한 신하들을 믿더라도 그들과 함께 가면 안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무위'를 실행하는 것은 즉, 용인술(用人術)을 의미한다. 한바자가 들려주는 용인의 법칙은 일곱 가지로 첫째, 명군은 임무를 줄 때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하여 쟁론이 없게 한다. 또 관직을 겸하지 않도록 해 개인의 장기를 발휘하게 하며, 사람들이 같은 공을 놓고 다투지 않록 한다. 둘째, 군주라는 사람이 기본적인 통치술을 버리고, 알기 어려운 마음 하나를 따라 행하려 하니 군주에겐 노여움만 쌓이고, 백성들 사이엔 원망만 쌓인다. 셋째, 명군의 표식은 쉬워서 약속을 잘 지킬 수 있고, 가르침은 알기 쉬워서 말로도 옮길 수 있고, 법도 쉬워서 명령이 잘 이행된다. 이 세 가지가 잘 수립되고, 윗사람이 사심이 없으면 아랫사람들은 법에 따른 통치에 순응한다. 넷째, 측근 세도가 집안(私門)을 경계하지 않고, 중대한 일을 가볍게 처리하고, 작은 죄에 엄한 벌을 내리고, 사소한 잘못을 오랫동안 원망하고, 잠간의 쾌락을 길게 추구하며, 화를 가져온 자에게 수차례 상을 내리면 이것은 손을 자르고 그 자리에 옥(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하고, 도움 안 되는 신하들을 비유하는 말)을 끼워 넣는 것과 같다. 다섯째, 군주가 어려운 법을 만들어 이에 미치지 못할 때 벌을 주면 사사로운 원망들이 생긴다. 여섯째, 치국을 이룬 나라에서는 상과 벌에 희로(喜怒)가 없다. 일곱째, 눈앞의 화근은 제거하지 않으면서 맹분과 하육처럼 목숨을 바치기를 바라고, 숙장(밖에서 문 안이 들여다보지지 않도록 세운 벽) 안의 우환은 경계하지 않으면서 국경에 단단하게 성을 쌓으며, 가까이 어진 신하들이 계책은 활용하지 않고 천리 밖 만승의 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게 그런 것이다.

 

한비자의 군주 통치학을 떠받치는 세 개의 요체는 '법(法)·술(術)·세(勢)'이다. 법은 규율과 규칙, 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적 통치 기술, 세는 높은 지위와 무거운 권세처럼 표면적으로 작동되는 힘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 세 가지는 무척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국가를 운영하던, 기업을 경영하던 어떤 조직을 맡더라도 법, 술, 세를 잘 버무릴 수 있는 리더가 되어야 할 거다.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군주, 또 우리가 되어야 하는 군주의 모습은 이러한 것들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멋진 경영은 '무위(無爲)'라는 말에 동의한다.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역할을 해주어 물이 흐르듯이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은 군주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도 훌륭한 경영자의 자질은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거다. 무엇을 갖추고 무엇을 해야 할지 잠시나마 생각해볼 시간을 가지자.

 

※ 이 책은 책방통행에서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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