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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의 늑대 - '촉'과 '야성'으로 오늘을 점령한 파괴자들 ㅣ 늑대 시리즈 1
김영록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책이름이 《변종의 늑대》다. 얼핏 보면 유전자 변이를 다루는 내용인가 싶다. 제목에서 구체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느껴지면 좋겠는데 그다지 와닿지는 않는다. 저자는 요즘 세상을 주도하는 세대를 '변종의 늑대'라고 부르겠다고 한다. 이 변종의 늑대는 다름아닌 창업가, 스타트업을 통칭하는 말이다. 즉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픈 말은 결론부터 말하면 창업을 장려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좀 더 세밀하게 말한다면 기업가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들자는 얘기다.
이미 대한민국 정부는 수십 년째 창업을 장려하고 있다. 창업 장려의 배경은 무엇일까? 과거의 제조업 기반 사회에서는 일자리를 충분히 공급해 주었지만, 현재는 국가 기반산업이 무너지면서 수많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또한 산업 트렌드의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결국 스스로 밥벌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책임져 줄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생존의 문제는 국가 생존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시작되는 2020년부터 앞으로 우리나라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남이 만들어놓은 틀에서 주는대로 일하고 밥 먹고 살아가는 기존 방식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평생직장이 없어지고 평생직업의 개념이 보급된 요즘처럼 앞으론 평생직업이란 개념도 어떻게 변할 지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이 앞다투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프랑스는 대학생 2명 중 1명이 창업을 한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17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다. 핀란드는 대기업과 정부가 '스타트업 파라다이스' 생태계를 재건했고, 에스토니아는 '법인세율 0%', '외국인 영주권 취득'과 같은 정책 지원을 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실리콘비치와 실리콘앨리로 그 흐름이 옮겨갔다. 세계의 흐름은 창업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함께 동반되고 있는 것이다.
창업이 말이 쉽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냐는 거다.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 정책은 따지고 보면 제한적이다. 대부분의 창업지원은 청년이 위주다. 최근 들어 시니어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여기에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때 지원을 한다. 저자는 이런 점만으로도 창업 환경이 좋다고 말한다. 과거보다 창업에 대한 지원 정책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고 폭도 넓어졌다. 하지만 당장 입에 풀칠이 급한 이들에게는 창업보다는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을 기다리며 시키는 대로 일하는 종업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더구나 창업의 실패로 인한 후유증을 개인이 감당하기는 너무나 두렵다. 그나마 몇년 전부터 창업 재도약 프로그램도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실패는 나락이란 인식이 너무도 강하다.
그럼에도 나 역시 창업을 지도하는 한 사람으로 저자와 입장을 같이 한다. 지금은 어렵지만 분명 바꿔가야 한다. 스스로 개척하고 생존의 길을 만들어 낼 능력을 지니지 못한다면 누구도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전문가라 불리는 의사, 판사와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대체 하는 세상이 머지 않았다. 수많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범접할 수 없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결국 지금의 사고와 시야로 미래도 계속 특정 직업이 자신의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면 무척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기업가정신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다. 기회 포착, 위험 감수, 혁신성, 가치 창출, 창의성이란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하는 거다. 어릴 때부터 차근히 가르쳐야 한다. 스스로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배양해 주어야 한다. 머지 않은 미래는 만화 《북두신권》에 나오는 세상처럼 약육강식의 세상이 올지도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