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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평점 :
책 제목이 도전적으로 느껴진다. 70년대 생 이상(다 그런 건 아님)의 직장 선배들이 보면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에 배부른 소리하는 것처럼 들린다. 화자가 전하고자는 뜻이야 다른 의미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논쟁의 소지는 될 만하다.
대한민국 정부(고용노동부)는 2019년 10월부터 50인 이상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를 적용하게 하였다. 근로자는 주 40시간 일을 하고 12시간만 초과 근무를 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저녁 있는 삶 즉,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환경을 만들어가는 정부의 노력이다. 덕분에 우린 칼퇴를 눈치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도 참 긴 세월이 걸렸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인턴 생활을 했던 2003년만 해도 주 6일 근무가 보편적이었고, 그나마 토요일 13시 퇴근하는 게 부러움을 살 정도였으니 말이다.
요즘은 원잡(one job)으로 먹고 사는 시대는 아니다. 평생 직장도 없으니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한다. 투잡이든 쓰리잡이든 기회와 시간만 있으면 벌어야 한다. 궁극의 목적이 꼭 돈이 아니더라도 여생을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현재의 직장과 이별을 하게 되는 순간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길게 갈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라 생각된다. 퇴근 후나 휴일을 이용해 평소 목 메어있는 직장의 업무를 벗어나 그간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며 새로운 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 역시 그런 것이다. 핵심은 이것을 직접 실천한 9인의 사례다. 당장 한 곳에서도 벌어먹고 살기 바쁜데 두세개의 일을 어떻게 하겠어. 그들이나 가능한 일이야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헌데 나 역시 주된 직장생활과 병행하는 일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쉽지 않은 삶이란 건 두말할 나위 없다.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어 살아야 한다. 가끔은 내가 뭐하려고 이러고 있나 싶은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렇게 살면서 느끼는 보상과 만족감이 더 크다면 해야 한다. 시간과 금전의 투자 기간은 있겠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분명 보상이 생기는 건 당연한 순리다.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다른 세상에 살면서 그들처럼 살아가지 못하는 건 아닌가라고 자문해 봐야 할 시점이다. 그렇다고 틀린 삶을 사는 건 아닐 거다. 다만 긴 호흡으로 먼 길을 가야 하는 우리 삶에 자신을 찾아가는 또 다른 길을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