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밥벌이 - 하루 한 시간이면 충분한
곤도 고타로 지음, 권일영 옮김, 우석훈 해제, 하완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아사히(朝日) 신문기자가 자신의 기자 생활을 끝내고 자신이 원하는 글쓰기를 영위하기 위한 도피로 농업을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런 대책도 없다. 도시에서 태어나 줄 곳 도시에서 커왔던 사람이 지속적인 글쓰기를 위해 농촌으로 발령을 내어달라고 할 때는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의아하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50세가 넘어 농업에 뛰어드는 건 귀농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서는 웬만해서는 도전하지 않을 일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불쑥 내뱉은 말로 인해 일본 서쪽 나가사키현 이사하야시(諌早市)로 발령받게 된다. 짐작건대 '분명 이런 도전은 실패로 결말 될 거다.'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유토피아 실험》이 생각나서 더욱 그런 거 같다. 남들과 같지 않은 행동들은 개성과 용기라 일컬을 수도 있지만 그리 달갑게 보이진 않는다. 이 같은 생각은 나의 편견이다. 나도 남들 같은 보편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니면서 그리 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부끄럽긴 하다.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저자는 벼농사를 하겠다는 뜻을 펼치게 됐다. 농사를 배운 적도 없는 이가 자신을 가르쳐줄 스승도 만나고, 농사지을 땅도 빌리게 된다. 하루 한 시간만 투자해 자신의 입에 풀칠할 수 있는 걸 해결하게 된다. 이로서 당초에 모두가 염려했던 '가능할까?'를 해결한다. 사실 이런 모험은 밑져야 본전이다. 당사자는 호기롭게 던졌어도 기자의 본업이 있기 때문에 실패해도 상관없다. 책에도 나오지만 기삿거리라고 할 수 있으니 부담은 없으리라.

실제 이 책의 표면은 농사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계속할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내용이지만, 이면에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비평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수천년 전부터 시작된 농업이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고 권력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되었다는 점은 나 역시 동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자본주의는 큰 자본은 더욱 크게 되려고 한다. 값싼 노동력과 자원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생산한다. 그것이 자본주의가 원하는 것이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는 그러한 패턴으로 살아왔다. 산업혁명으로 더욱 확장된 자본주의는 실패와 좌절의 순간도 있었지만 인간은 자신들의 자본과 권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극복해왔다. 허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자국이 어렵다고 인접국을 침략하는 방식의 경제 극복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물론 아직도 미국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계 최강대국의 면모는 눈치보지 않고 어디서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에 어느 누구도 태클 걸지 않는 점에 있지 않나. 특히나 요즘 중국이 미국과 무역 마찰을 빚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다.

각설하고 자본주의 패턴에서 벗어나려면 자급자족이 되면 어느 정도 문제는 해결된다. 부락을 구성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서로 돕고 살던 과거의 방식을 따른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론은 그러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간의 욕망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거두고 잉여된 산물은 나누는 이타적인 마음이 철저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 만든 다양한 방법들은 결코 완벽한 것이 나올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각박한 세상에서 가볍게 경제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었다. 초보 농사꾼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농사에 대해 어깨 넘어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본주의 경제에 대해 쉽게 이해를 하고 싶다면 가볍게 이 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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