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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
사마광 지음, 푸챵 엮음, 나진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4월
평점 :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중국 북송 시기에 사마광이 쓴 역사서로 전국시대부터 송나라 건국 직전까지 1,362년간의 흥망성쇠를 294권으로 구성한 책이다. 책에는 역사적 사실뿐 아니라 막대한 평론까지 가미되어 있다. 사마광은 '옛날의 흥함과 쇠함을 거울삼아 지금의 득과 실을 알 수 있다.'는 취지에 도달하기를 바랐다. 처음에 사마광은 이 역사서의 이름을 통지(通志)라고 지었다. 후에 북송 신종이 이 책은 '지난 일을 비추어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로 삼아야겠다'라고 생각해 특별히 『자치통감』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세종은 『자치통감』에 교정과 주석을 달아 간행하였으며, 현재는 보물 제1281호로 지정되어 있다.
『자치통감』을 보면 사마천이 쓴 『사기』를 떠올리게 된다. 각기 다룬 연대와 출간된 시기, 쓰여진 형태가 다른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두 역사서 모두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참고가 될 내용들로 수천 년 전과 지금도 인간의 삶에 있어 본받아야 할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들이다. 특히 자치통감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내용들을 주로 담고 있어 정치를 하는 후세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여겨진다. 《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은 『자치통감』의 내용 중에서 58편의 이야기를 선별해 편찬한 것으로 책표지에 '세종대왕이 필독서로 삼고 시진핑이 일독을 강조한 중국 최고의 역사서'라는 말이 결코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58편의 이야기가 담긴 《한 권으로 읽는 자치통감》에서 개인적으로는 '10장 장석지의 일화'를 추천한다. 그는 신하로서 황제에게 쉽지 않은 간언을 하여 알자복야, 공거령, 중대부, 중랑장을 거쳐 사법을 책임지는 최고 관리에까지 이른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함에 있어 제지를 받는 걸 어느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더구나 우두머리가 자신의 부하에게 옳지 못함을 지적 당하는 건 상당히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한문제는 바른 소리를 하는 장석지를 제대로 중용하고 장석지 역시 간언함에 주저함이 없던 걸로 보면 잘 되는 나라는 분명 임금이나 신하나 옳은 것을 보고 듣는 것에 공사를 구분할 줄 안다는 걸 의미한다고 본다.
최근 우리 위정자들을 보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지천에 널렸고, 자신의 입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폭력도 불사하는 전근대적인 행태를 보여주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다. 국민들의 수준은 높아졌음에도 정치 수준은 그에 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 어느 조직이나 사회, 개인이라도 자치통감을 읽고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야 할지를 반면교사하고 고민해보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