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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벚꽃 에디션)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책표지 좌상단 귀퉁이에 있는 '야매 득도 에세이'라는 문구가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책을 읽지 않아도 제목을 미루어 짐작하면
'아~'라는 감은 올 거라 생각된다.
저자 나이 마흔에 세상 이치를 깨달은 것 같다. 사실 나 역시 그러하다. 한 번뿐인 생에 40년 정도 살아보고 이런 책 저런 경험을 두루
섭렵하다 보니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 '네가 뭘 알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론을 제기할 마음은 없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다. 어차피 다투어봐야 서로가 피곤하다. 세상사를 서로 입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과거부터 오래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이래라저래라 했지만
곧이듣는 이 몇 되지 않는다. 설령 들었다고 한들 인생에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이래서 마흔 정도 되면 불혹이라 일컫는 갑다. 이제
어지간히 떠들어봐야 갸우뚱거리지도 않는다. 남의 말을 듣고 흔들릴 나이가 지났다는 의미다.
저자는 회사를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트로 투잡을 뛰었다. 열심히 사는데 그다지 달라진 것 없는 자신의 삶을 보고 어느 날 다니던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로 살기로 한다. 열심히 살아봐도 딱히 달라질 것 없는 현실에서 아등바등해도 달라질 것 없으니 그냥 자유를 만끽하려고 한다. 1년의
세월을 그렇게 보냈다. 그러면서 자신이 깨닫고 생각한 이야기들을 풀어쓴 책이 바로 이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이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 웃음이 터진다. 구어체 형식으로 편안하게 쓰여 있어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다. 에세이다 보니 그리 어렵고 긴 글도
없다. 전반적으로 저자가 책과 영화를 주로 봤다 싶다.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 표현 방식, 취미생활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운명론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이미 정해진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자신은 변하지 않을 운명이라 여기고 자유를
만끽하려고 한다. 모두가 열심히 사는 삶이니 하나쯤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한단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모두가 1등을 할 수 없고, 부자가 될
수 없다. 세상은 힘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법칙에 따라 돌아간다. 대신 그 격차는 크지 않음이 좋을 거다. 비슷하면
갈등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도 않다.
사회가 격동의 시절에 있을 때는 다수에게 다양하고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능력있는 이는 계급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도 있다. 개천에서 용도
난다. 허나 사회가 안정기와 성숙기에 접어들면 계층 간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는 점차 줄고 없어진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러하다. 과거엔
나라에서 사농공상의 신분을 만들어줬지만 지금은돈이 신분이다. 그래서 다들 열심히 살라고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실제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도 말하듯 먹고 사는 것만도 벅찰 정도다. 소셜미디어 덕분에 남들이 하는 건 보이는 데 나는 그렇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도 심하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 보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일도 허다하다. 정당한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없으니 자꾸 불법적인 행위에 눈과 신경이
쏠린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가 계층 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능력에 따라 대우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래야 저자처럼 열심히 살 뻔한 게 아닌 진정 열심히 살 수 있어야 한다.
봄꽃으로 가득한 요즘 머리를 식히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