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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낫 파인 - 괜찮다고 말하지만, 괜찮지 않은 너에게
이가희 지음, 제니곽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1월
평점 :
고향을 떠나 홀로 살고 있을 때 나도 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 우울감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극히 심각하다고 느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의욕이란 걸 상실했었다. 삶의 재미가 없었다. 무기력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아등바등 애를 쓰며 벌어봐야 뭘 하겠나?'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솔직히 세상과 작별을 심각히 고민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일탈을 감행했었다. 나의 정신력이 이겨내지 못하는 자책감이 시간이 흐를수록 상실감으로 작용했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실직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세상을 즐겼다.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고 조금은 삶에 대한 기력을 회복하였을 때 다시 직장을 구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우울감 혹은 우울증을 겪는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겪는 성장통과 통과의례 정도로 치부하면서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패배자로 전락한다. 지금껏 우리 사회는 그러했다. 더구나 정신적인 부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너그럽지 못하다. 그 때문에 어느 누구도 쉽게 속내를 털어낼 수가 없다. 아파도 그냥 내가 이겨내야 하고 치유해야 한다고 여긴다.
현대인치고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란 말을 곧잘 한다. 모두가 이렇게 각박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제정신으로 사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는 말을 쉽게 한다. 단지 평범과 비범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정도일 뿐일 텐데 말이다.
《아임 낫 파인》은 우울증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언급하는 책이다. 나도 겪었고, 내 주변 누군가도 겪었고, 어쩌면 겪게 될 우울증을 말하지 못하고 숨겨야 하는 우리에게 대신 처방전을 받아준 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우울증과 우울감으로 힘들어 한다면 당장 병원이나 상담센터로 가자.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살아가면서 수십 번 감기가 걸리듯 우울은 언제나 생길 수 있다.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나 역시 지금은 괜찮지만 또 언제 발병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살아가면서 또 겪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떳떳하게 치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