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리닥친 우뢰였다.

 사람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낯이 흑빛으로 변했다.

"허허허허허허허허허!" 

무녀의 웃음소리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콰과과과과광-.

쏴아아아아아-.

또 한번의 우뢰에 소낙비까지 내렸다.

정신없이 쏟아진 비에 사람들은 우왕좌왕 가만있지를 못했다.

사람들이 제정신이 아닌 그 와중에도 오로지 무녀만은 그 상황을 즐기는 듯 했다.

"해신님은 제물을 원하신다아아아아!"

무녀의 손가락이 신관 사또를 향했다. 사람들의 시선조차 그에게로 향했다.

무녀의 기세와 사람들의 눈에 어린 위험한 빛.

신관사또는 그렇게 그들의 모든 시선을 온 몸으로 받았다.

그러나, 사또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순간 섬뜩한 기운에 몸서리를 쳤다.

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것은 먹잇감을 앞에 두고 낮은 소리로 으르렁대는 범의 표정과 흡사했다.

 "저기,"

사또의 손에 들린 부채가 무녀에게로 향했다.

"저년을 당장 잡아 대령하라!"

포졸들은 다시 무녀를 잡아 그의 앞에 데려왔다.

그의 표정이 더욱더 험악해졌다.

무녀를 잡은 장정들의 손은 더욱더 우악스러웠다.

"그래, 이 곳의 해신은 제물을 원한다고?"

무녀가 그를 보고 만면에 웃음을 띄었다.

"그 제물이 어리디 어린 계집아이들이라고?"

신관사또의 표정은 처음에 보던 그 표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그래. 그럼 이번에 온 신관사또가 그 해신의 제물을 싫어하니, 안되겠다고 여쭈어라."

무녀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경멸의 빛이 어른 거렸다.

"왜? 못 하겠느냐?"

무녀는 아예 코웃음을 쳤다.

"나는 해신님과 통하는 무녀.  해신님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사또가 무녀에게 한 두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너는 그걸 어찌 알았느냐?"

무녀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저는 그 분을 뵈었습죠."

사또가 놀랍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그 해신을 눈으로 보았다고?"

그는 다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럼, 네가 그를 직접 찾아가서 뵈고 오너라."

마을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여봐라! 이 무녀를 당장 작두 위로 올리거라!"

장정들이 그를 붙들었다. 

"어머니-!"

대여섯 살 남짓 보이는 사내 아이가 무녀에게 뛰어오려다 몇 몇 사람들의 손길에 저지됐다.

"오르거라!" 

  작두의 칼날이 바람에 웅웅 우는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무녀는 주저했다. 

 그것을 본 사또는 고갯짓으로 아이를 가리켰다.

한 포졸이 노인의 손에 붙잡힌 무녀의 아이를 붙들었다.

"보았느냐?"

사또의 얼굴에 또 그 범의 빛이 돌았다. 

무녀의 얼굴에 그제야 공포가 돌았다. 

"오르거라!"

무녀는 눈앞의 작두를 보고 결심을 굳혔다. 

무녀는 오른 발이 먼저 작두를 밟았다. 

입으로 치성을 드리는 기도를 외우면서, 무녀는 작심을 했다. 

작두는 날카로웠다. 

"아아아아아아악~"

무녀의 오른발이 작두칼날에 박혔다. 

"다른 발도 얹어 보거라. "

사또의 주문은 잔인했다.

무녀는 무심결에 아들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들을 잡고 있는 장정의 손길이 더더욱 억세진 듯 했다.

"네가 오르지 않으면,"

사또는 무녀에게 얼굴을 바짝 대더니 나직이 속삭였다.

"네 아들이 대신 오를거야."

무녀의 얼굴에 열이 올랐다.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마을 사람들 중에 청나라까지 다녀와서 작두 위에 올릴 유리를 구해다 준 보부상 강씨의 얼굴도 보였다.

 자신에게 아들을 낳게 한 장본인만 아니라면 그는 더없이 훌륭한 장사꾼이었다.

무녀는 아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작두에 나머지 발을 얹었다. 

오오오오우우우-. 

사람들은 신음 소리를 냈다.

이제 무녀의 발은 발목 위쪽까지 완전히 칼에 박혀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무녀의 모습에 충격을 받아 못박힌 듯 서있었다. 

칼에 박힌 무녀의 발과 다리에서 난 피가 작두와 땅을 흥건히 적셨다.

"이제 저 무녀를 바다로 보내 해신님과 조우하게 하라!"

장정들이 그녀의 발에서 작두를 뽑아내고 바다까지 끌고 갔다. 

"사... 사또..."

당당하던 무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 공포가 어리어 눈마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엄니이이이-!"

무녀의 아들의 이 외침이 마지막이었다. 

 무녀는 바다에 던져진 즉시 떠오르지 못했다.

"이제는 보거라."

마을 사람들은 사또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이것이 너희들이 알고 있는 해신과, 저 무녀의 실체다." 

어느 새, 우뢰와 소낙비가 그쳐 있었고, 파도만이 강하게 바위를 내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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