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만 보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눈 앞의 젊디 젊은 신관 사또의 서슬퍼런 낯빛에 움찔대다가도, 마을을 수호하는 해신을 섬긴다는 무녀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허-. 당장 저 년을 포박하지 못할까?"

우물대는 마을 사람들의 태도에 사또는 더더욱 사나운 낯빛이 되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녀는 그런 사또를 비웃었다.

"사또!"

무녀는 그의 앞에 당당했다.

"이 곳 사람들에게 저는 법입니다."

무녀의 말에 사또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곳을 찾았던 신관 사또들은 모두 우리 고을의 전통을 보존하게 해주셨습니다.

뭍에서 오신 분들은 우리 섬 사람들의 관습에 익숙치 않으셨을 테니까요. "

무녀는 아예 있던 걸음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왔다.

"사또께서는 우리 고을 사람들이 지금껏 지내왔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두시는 것이 우리를 돕는 길일 것입니다."

사또는 무녀의 말에 불을 뿜듯 내뱉었다.

"세상 어느 천지에도, 사람을 푸줏간 짐승 다루듯 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아무리 이곳을 지키던 수호신이라 하나, 사람을 지키는 댓가로 사람을 잡아먹는 신이라면 신이 아닐 터!"

그는 숨을 몰아쉬더니 무녀를 다시금 쏘아보았다.

"신의 노여움을 산 마을 사람들을 위해, 그 신의 노여움을 풀어야할 무녀가 사람을 제물로 바쳐 자신의 발 아래 마을 사람들을 두려 한 너의 죄, 내 좌시하지 않을 터!"

그의 서슬퍼런 말에 순간 무녀가 움찔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그 상황을 관망하듯 보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네 년이 법이었다면, 이제는 나의 말이 곧 네 위에 있을 것이다."

사또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들이 무녀인 너를 두려워하여 붙들 수 없다면, 내 산하의 군졸들이 너를 포박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의 처신을 눈여겨 보려고 한발 뒤로 물러나게 했던 사또의 군졸들이 앞으로 나아왔다.

"여봐라!"

"예-."

 "저 년을 당장 포박하라!"

"예-."

군졸들이 무녀를 양옆에서 붙들었다.

무녀는 저항했다.

"놔라, 이놈들! 나는 해신님을 섬기는 무녀다! "

저항에도 꿈쩍않는 포졸에 무녀는 눈을 치켜떠보였다.

"해신님이 무섭지도 않은 게냐? 그분은 너희들의 피를 원하신다."

그 때,

우르르르르르릉, 꽈과과과과광-.

갑작스런 천둥에 모두가 놀랐다.

오직 무녀만이 그런 그들을 보며 큰 소리로 웃고 있었다.

 

 

 진영은 몇 몇 조교들이 가져온 작두모형과, 긴 방망이 같은 채소를 휘둘러보았다.

"앞에 있는 게 대체 뭡니까?"

뜻밖의 소품에 동요하고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질문했다.

"보이는 대로입니다."

진영은 만면에 웃을 띈 채, 대답에 뜸을 들였다.

"아마, 이 소품들은 여러분이 티비에서나, 심지어 시장에서도 볼 수 있는 물품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조금 더 동요했지만, 진영이 마이크에 '으흠-.' 하는 기침 소리를 내자 장내는 곧 고요해졌다.    

 "발부터 다리까지 길게 금이 난 곳을 여러 종류의 도구와 대조해본 결과, "

진영이 설명하는 등 뒤 스크린에서는, 진영이 뼈의 금과 여러 도구의 패인 모양을 조사하는 장면이 나왔다.

 "본을 떠보면, 이 금은 중간에 어디에 걸린 흔적없이 매끈이 베어 있습니다.

 분명 생긴 것도 여자고, 나이가 적은 사람드로 아닌데 도대체 무슨 일로 이사람의 발과 다리가 이렇게 됐을까 싶은 궁금증이 생겼지요."

진영은 그러더니 채소를 손에 잡았다. 사실 두꺼운 흰 무를 사람 발과 다리처럼 깎아 연결해 놓은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쿡!' 웃었다.

 진영도 그런 그들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네, 무슨 생각하는지 압니다. 지금까지 이런 시뮬레이션은 없었죠."

장내를 한 번 쓰윽 훑어보더니, 진영은 그 사람다리같은 무를 자기 앞의 책상에 올려놓았다.

"사실 그래픽 기술로 해도 무방하지만, 실제로 보면 조금더 실감나지 않을까 싶어 좀 무리해봤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진영에게만 주시했다.

 "이 사람은 30대 가량의 여성이고 아이를 낳은 흔적이 있습니다.

 공중전까지는 아니라도 산전 수전까지는 겪었을 여자라는 거지요.

그런 여자에게 생긴 발과 다리의 상처.

이건 오직 칼날이 위로 솟은 곳을 발로 밟았을 때라야 가능하지요."

진영은 잠시 말을 멈췄다.

"이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짐작하실 수 있으십니까?"

뚜벅뚜벅 작두모형 앞으로 걸어갔다.

"손잡이가 없는 이런 작두는 으례히 칼날만이 위로 솟아있죠. 그리고 이 작두는, 주로 무녀들이 굿을 하다 신내림의 일환으로 올라서기도 합니다."

장내의 사람들의 얼굴이 변했다. 놀람으로, 누군가는 흥미로.

"그럼, 그 유골의 주인은 무녀라는 말이십니까?"

손도 들지 않고 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

"그게 가장 그럴듯한 가설입니다."

사람들은 신음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