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인문학 - 5000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
이지성 지음 / 차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가 되기 위해 너는 몇 권의 책을 읽었느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 무심결에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그렇게 대답하면 으례히 사람들은 '어, 그거 좋은 생각이구나.'에서 그친다. 나도 어쩌면 그 생각에서 더 생각 말으라고 일부러 불가능성을 내포한 답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후 누구도 질문하지 않던 그 질문의 답에 대한 또다른 질문에, 나는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한달에... 5권은 읽지 않을까요?(동화 포함해서...)"

쭈뼛대며 대답하는 내게 그 분은 '이지성 작가'의 예를 드셨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2~3000천권의 책을 읽었다고. 그의 저서가 '꿈꾸는 다락방'과 '리딩으로 리드하라'라고.

 당연히 호기심이 갔다. 도대체 누구이길래, 그나마 괜찮은 축에 속했던 독서지도사인 나를 대놓고, 그것도 나의 멘토로부터 여러사람 앞에서 쪽팔리게(^^;;) 했는지...

  그렇게 책을 읽고 팬카페에도 가입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통해 인문학 서적을 접하다보니, 가랑비에 옷젖듯 '괜찮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찌보면, 일면식도 없었던 작가와의 충격적인(?) 만남 후, 나는 그의 저서와 두 번째 충격적인 만남을 갖고 말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동화나 학습쪽에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신앙인이라 기독교 관련 서적만 열심히 들어파던 나에게 '인문학'이란 새로운 분야를 알게 했기 때문이다.

 나 이외에 읽어본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겠지만... 그의 저서는 일단 '안하고는 못 배기게 하는' 동기부여가 굉장히 강하다. 특히, 일반인의 열손가락 더하기 새끼손가락 하나만큼 호기심이 더 강한 나같은 사람에게 그의 책은 거의 '폭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일단 터지면, 수습해야 하는. 

 거리가 멀어 팬카페에서 시작된 '논어 공부방 자원봉사'는 엄두도 못 냈지만, 지역 도서관에서 초등학생을 위한 단순 '책읽기 모임'자원봉사를  시작했고, 논술에 '논'자도 모르면서 고등학생을 위한 논술교실을 시작해서는 인문학 관련 서적을 읽으며 토론하는 모임도 시작했다.

일단 판은 벌려놓았으니, 수습하고 들어가야 할 일!

 그 때 시절을 따라 내놓은 작가의 책이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확장판 같은 '생각하는 인문학'이라 나는 다행스러울 뿐이었다.

 

 내가 느낀 '리딩으로 리드하라'와 '생각하는 인문학'은 '구조'와 '실체'편이지 않나 싶다.

 전자의 책에서는 인문 서적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나와 지역사회, 또 국가와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뭉텅뭉텅한 프레임이라면, 후자의 책은 그런 인문학을 어떻게 공부하고 실천에 이르러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풀어헤친 느낌이다.

 또한 전자의 책과는 사뭇 다르게 이 책에서 나는 작가의 크고 단호한 목소리를 듣는 느낌이 들었는데, 작가로 살면서 더 많이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레 깨닫게 된 자부심과 모순, 책임과 회의 등으로 열병을 앓은 흔적이라 여긴다. 

연애도 그렇지 않은가. 좋아하는 사람이 징글 징글 말 안들으면 어떻게 해서든 좋은 것도 보여주고 먹이고, 입히고 싶은 것.그것이 때로는 잔소리도 되는 거고, 집착 비스무레한 관심도 되는 거고... 그러다 단계가 좀 올라가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때는 깨닫는 '그것'말이다.

아마 그게, 작가가 얘기하고 싶었던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읽는 내내, 작가가 교육이든, 사회든, 직업이든, 작정하고 덤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일을 하려면 잘해야 하고, 탁월해야 하고, 따서 바로 먹는 통조림처럼 규격화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책은 내내 이야기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지 않은가?

'... 자기 할 일 다 해놓고 놀아라, 옆의 사람 챙기면서 가거라, 안 보이는 구석구석까지 신경 써주는 것이 배려다...'

 라고 말한 우리네 부모님 또는 스승의 말처럼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신기했던 건 '포토 그래픽 메모리'와 '사색 공부법'이다.

 만화책 '탐정학원 Q'에 보면 '순간 기억 능력자'라는 아이가 등장하는데, 맨처음 '포토 그래픽 메모리'가 주는 이미지가 바로 그 '순간 기억'이었다. 아마 이런 걸 두고 '천재 양육법'이라고 하는가부다 싶어 읽다가 의기소침해진 건 물론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설명이 빈약했다.

설명도 빈약해놓고 지극히 평범한 나도 그런 '포토그래픽 메모리'를 써먹으면서 살 수 있다고 했다. 누굴 놀리나 싶어 앞장부터 다시 훑어봤을 정도다. 분명히 어렵게 쓴 글도 아니고 어려운 용어도 아닌데 헤매게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지성'의 저서 중 '꿈꾸는 다락방'을 읽어보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구해다 읽기 시작했다.

 내가 이해한 '포토그래픽 메모리'는 한 페이지의 지식을 보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내는 작업이었다. 물론 여러번 반복해서 읽는 작업도, 쓰는 일도 있어야겠지만, 읽고 난 후 머릿 속으로 그려내는 작업이 훨씬 더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깨달았다.

 이러한 '포토그래픽 메모리'의 실사용으로 득을 본 이들이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학자며, 예술가라는 건 책을 통해 확인하면 될 것이다.

 

 내가 이지성 작가로부터 소개받은 '인문학'이라는 분야는, 자연스레 생각하게 하는 학문이며, 사색에 잠겨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책 제목 '생각하는 인문학'은 어쩐지 작가 특유의 유머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무한대를 가리키는 그 쌍둥이 고리처럼 이 제목 또한 서로 상생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책은, 더 정확히 제목은, 작가를 닮아있다. 결국 생각하는 삶, 배우는 삶, 사색하는 삶만이 그를 구원에 이르게 했듯이,그의 책을 읽는 나나 다른 누군가의 인생도 그렇게 구원받았으면 싶은 바람을 오롯이 담아낸 건 아닐까?

오늘 다시 읽는 작가의 글은 그래서 더욱 깊은 울림이 있다.

 

 '... 비록 사회에 나오자마자 밑바닥으로 떨어졌지만, 비상하고 싶었다. 눈부시게, 아름답게, 위대하게 이 사회의 정상에 오르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책 중-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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