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은 발굴된 것들과 함께 학교 연구실로 돌아왔다. 함박사는 혹시라도 더 남아있는 것들이 있을지 모른다며 체류를 고집했고, 정은수는 진영의 조사를 돕기 위해 자진 하산(?)했다.

"두개골 좌측에 미세한 금이 가있는데, 생존 전후에 바로 생긴 건 아닌 것 같고 시간이 많이 지난 탓에 일어난 수축에 잔여물의 이동시 얕은 충돌로 생긴 것 같다."

 한 손에는 녹음기를 들고 상황을 계속 녹음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 뼈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시간의 풍화작용으로 유골이 많이 건조하고 수축되기는 했으나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갈비펴와 어깨뼈의 크기가 왜소하고 골반 쪽의 공간이 남자의 것에 비해 넓은 편이라 여자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에이~ 교수님도 참~"

진영의 옆에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어대던 정은수가 딴지를 걸었다.

"여자가 맞다니까요~. 함박사님도 그러셨잖아요."

진영은 말없이 한숨을 쉬더니,

"정조교, 사진이나 찍지."

하고 면박을 준다. 그리고는 문제의 발 부분의 잔해로 남은 뼈로 시선을 옮겼다.

"발은..."

녹음기의 버튼을 눌렀던 진영은 운을 떼려다 결국 녹음기를 내려놓았다.

"왜요?"

정은수가 그런 진영의 행동에 의아한 듯 물었으나 진영은 그 뼈들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교수님?"

정은수가 다시 묻자 진영은 외려 그 뼈들에게 바짝 다가갔다.

"...이상하지 않아?"

"뭐가요?"

"..."

밑도 끝도 없이 물어놓고는 또다시 말이 없는 진영의 태도에 은수는 한숨을 쉬고는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 늘 이런 식이었다. 진영은 그 '이상하지 않아?'를 정말 이상하다는 듯 은수에게 묻고는 더 얘기하지 않았고,은수는 그에 대한 답답함을 그런 식으로 호소했다.

"... 발 관절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에서...스친 듯 긁힌 자국이 있다. "

"네? 어디요?"

진영의 말에 놀란 듯 은수는 진영의 옆으로 바짝 다가갔다. 진영은 말없이 뼈 중 한 조각을 들어 은수에게 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흙만 털어 바로 가져온 유골에 긁힌 자국이라뇨?"

 은수의 말에도 진영은 침착하게 그 뼈조각만 훑어볼 뿐이다.

오랫동안 땅에 묻혀있던 뼈, 그것도 바다를 타고 그 위로 지층이 얹혔던 뼈에 긁힌 자국.

두개골 처럼 건조와 축소현상으로 작은 돌에라도 부딪혀 생긴 금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선명하고 골이 깊은 편이야."

"그렇다면, 이건..."

진영은 뼈조각을 내려놓았다.

"이 뼈의 주인이 살아있을 때 생긴 상처로 인해 생긴 거라는 거지."

두 사람은 말없이 그 유골을 내려다 보았다. 무언가 싸한 기운이 뒤통수를 훑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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