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라이트가 밝혀주는 길이 아니면 보이지도 않아 운전이 힘들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젠장, 거기 가는 게 아니었어."

진영은 낮의 일을 떠올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권 교수님, 우리가 드리는 제의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받아들이시지요."

 느지막한 오후, 서울에서 도착한 그들로부터 읍내 횟집으로 불려간 진영에게 그들은 단순한 밥 이상의 요구사항을 내밀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전 그 일을 완전히 그만두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의 어머님이 투병중이셔서 제가 자리를 뜨면 안되는 상황이구요."

 진영의 단호한 말투에도 그들은 완고했다.

 "그래서 저희가 팀을 교수님 계신 곳으로 보낸다 하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조사팀들이니 실전은 그들에게 맡기고 교수님은 자문만 해주시면 됩니다."

목이 탔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최고의 조사팀들이라면 굳이 제 자문이 필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사양하겠습니다."

그러나 계산서를 들고 일어나는 그들은 진영의 말을 못 들은 체 했다.

"아무튼... 조사팀은 이미 여기로 오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교수님이 지금 경영하시는 펜션에 방도 많을 거 아닙니까. 손님 치른다 생각하시고, 일단 그 팀을 만나보기나 하십시오."

 

 그 날은 달도 뜨지 않았다. 진영이 사는 곳까지 가려면 구불구불한 고개를 몇 개나 넘어야 했다.

느지막한 저녁 약속을 끝까지 거절하지 못하고, 서울에서 오는  사람들이라 약해진 마음에 달려갔던 것이 이렇게 늦어 버린 것이다. 착잡한 마음을 추수리던 그 때,

 끼이이익-.

 순간적으로 감았던 눈을 떴다. 사이드 미러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컴컴해서 도무지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놀라, 그가 바로 옆까지 와서 차창을 두드렸슴에도 진영은 창을 내릴 생각도 못했다.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버스가 끊겼다길래 걸어가면 될 줄 알고 아까부터 걸었거든요."

 그의 얼굴은 조금 지친 듯 보였다.

"혹시, 산성 펜션이란 곳까지 아시면 태워주실 수 있으세요?"

 "네? 어디요?"

진영이 재차 묻자 그가 다시 말했다.

"산. 성. 펜. 션 이요...아시는 데인가요?"

"...네."

진영의 말에 그의 얼굴이 환해졌다.

"아, 그래요? 그럼 태워 주실 수 있으시죠?"

진영이 뭐라 말도 하기 전에 그는 자리를 떴다.

"죄송하지만, 차 뒷자석에 얘 좀 태울께요."

진영은 순간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 고라니였다. 피투성이였는데, 응급처치를 했는지 나뭇가지로 부목을 대고 옷가지로 감싸놓았다. 그는 당황한 진영은 보지도 않은 체 뒷 자석에 고라니를 뉘였고, 자기는 조수석에 탔다. 진영은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던 지라 그저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걸어가는데 차 오는 소리가 들려서 히치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차, 속력을 마구 내더니 그 때 산을 타고 내려오던 저 애를 들이받고 가지 뭐예요? 전 너무 놀라서..."

그는 뒷 좌석의 고라니를 측은한 눈길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런데...산성 펜션은 정말 아시는 곳 맞으시죠? 제가 길 잘못 든 것도 아니죠?"

진영은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산성 펜션은 진영의 펜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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