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로 가는 길목에 큰 교회가 하나 있다. 내가 그 근처 고등학교를 다니던 18년 전에 그 교회에서 지역주민과 새신자를 위한 문화행사를 했었다. 영화도 보고 콘서트도 하고 암튼 뭐 그런 데였는데, 그 때 '서지원'이라는 가수를 봤다. 사실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질 정도로 나는 평범한 고등학생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아이들 티비 보면서 연예인에 열광 할 때, 나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었다.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방황도 많이 하는 질풍 노도의 시기에 어머니 하고도 사이가 워낙 안 좋았던 때라 집에는 정말 일찍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교회 문화행사를 찾았던 것인데, 그 콘서트 게스트 중 하나가 '서지원'이었다. 무슨 옷에 어떤 얼굴이었는지도 생각 안난다. 단지 분명히 콘서트 전에는 없었던 모자가, 그가 노래할 때는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가 교회인데 자기 머리가 빨개서 어르신들 보시면 안 좋아 하실 것 같아 썼노라고 했다. 콘서트 진행하시는 분이 그래도 한 번 벗어 달라고 했더니 정말 벗었다.

 "어휴~. 닭 벼슬 같네."

 그 말에 아무 생각없는 사람들(나를 포함해서)이 웃었다. 그는 멋적어 하면서 모자를 도로 썼었다. 그리고 그 콘서트 지나고 얼마 후 그의 부음 소식을 들었다. 그 때까지도 나는 그의 팬이 아니었다. 단지 얼굴을 한 번 실제로 봤던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에 황망한 마음이 들었을 뿐...

 그 때는 어렸다지만, 지금은 혈기마저 다~ 죽은 30대 중반 애 둘 키우는 아줌마가 되고 보니, 한 가지 후회가 고개를 들었다. 왜 그 때, 용기내서 찾아가 말해주지 않았을까?

 '머리 색깔 예쁘네요. 아주 잘 어울리세요. 참 멋있습니다.'라고-.

 그에 대한 아픔은 사실 아픔이라고까지도 할 수 없는 사소한 것일 것이다. 아는 척 한 번 해주지 않았다는 것, 악수 한 번 청하지 않았다는 것... 그런 사람이 비단 나 한 사람 뿐일까?...

 그래서, 해 보지 않은 그 사소함 때문에 이 글도 썼다.

 

 매 번 써놓고 보면 참 창피하고 그렇다. 그러나 '해피투게더'에서 했던 대본을 여기서도 써먹어 본다.

"소설은 소설일 뿐, 신경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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