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간 또또 어른이 읽는 동화
강석경 지음, 박문선 그림 / 열림원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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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높으신 신을 전 볼 수 없어요. 아직 키가 작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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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의 법률학
김민중 지음 / 신론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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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동성이 제정한 직장에 있어서 에이즈문제에 관한 가이드라인(職場におけるエイズ問題するガイドラインについて)

 

일본에서는 에이즈바이러스가 일상의 직장생활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아니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다른 동료 근로자가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공포나 오해편견에 의한 차별이나 혼란을 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노동성이 제정한 직장에 있어서 에이즈문제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아래와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1. 사업자는 직장에 있어서 근로자에 대하여 에이즈교육을 행하고에이즈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여야 한다.

2. 직장에 있어서 HIV감염의 유무를 조사하는 검사는 노동위생관리상의 필요성이 없고아직 에이즈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직장에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므로사업자는 근로자에 대한 HIV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한다또한 사업자는 근로자를 채용선발할 때에 HIV검사를 실시하지 아니한다근로자가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HIV검사를 받은 경우에 검사실시자는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여야 하고동시에 검사전 또는 에이즈검사의 결과를 통지할 때에 충분한 설명 및 카운슬링을 하여야 한다.

3. 사업자는 HIV감염의 유무에 관한 근로자의 건강정보에 대하여는 그 비밀을 철저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4. 사업자는 직장에 있어서 HIV에 감염되더라도 건강상태가 양호한 근로자에 대하여는 그 처우에 있어서 다른 건강한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한다또한 에이즈나 에이즈관련증후군에 이환된 근로자에 대하여도 그 이외의 질병을 가진 근로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취급하여야 한다그리고 HIV에 감염된 사실 그 자체에 의하여는 노동안전위생법 제68조에 의한 환자의 취업금지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HIV에 감염된 사실 그 자체는 해고의 이유가 되지 아니한다.

5. 사업자는 직장에 있어서 근로자 등의 불의의 출혈사고가 생긴 때에 근로자에 대한 HIV감염의 예방을 위하여 노동자에 대한 응급처치의 방법에 관한 교육비닐봉투의 구비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직장에서의 에이즈 문제에 관한 지침

職場におけるエイズ問題するガイドラインについて

 

원문: https://www.jaish.gr.jp/anzen/hor/hombun/hor1-36/hor1-36-1-1-0.htm

 

 

취지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감염자(이하 감염자라 한다)는 향후 증가할 우려가 있어, 그 전에 에이즈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예방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감염자의 대부분은 20~40대이며, 한창 일할 나이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에 근거하면 모든 노동자가 건강한 근로자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직장에서의 에이즈 예방 대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직장에서 근로자에 ​​대하여 원인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 등 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하고 감염의 위험성이 높은 행동의 해결을 호소하고, HIV에 감염되어 있는지의 여부 그리고 발견한 경우 적절한 대응 방법을 전하는 등의 에이즈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직장에서 감염자와 에이즈 환자를 적절히 받아들일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도 급선무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에게 HIV가 일상의 직장 생활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철저히 알리고 직장에서 동료 노동자들의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두려움과 오해, 편견에 의한 차별과 혼선을 방지하고, 감염자와 에이즈 환자가 적성에 따라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사업자는 직장에서의 에이즈 대책의 기본 개념을 참고하여 에이즈 문제에 대한 기본 정책을 만들고 에이즈에 자주적으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또한 노동자들이 정상 업무에서 업무에 HIV를 포함한 혈액 등에 접촉할 위험이 높은 의료기관 등의 직장에서는 감염 방지에 대해 별도의 배려가 필요한 곳인 의료기관 등의 원내감염대책 등에 대해 의료기관에서 원내감염대책 매뉴얼 작성을 위한 지침()등이 작성되어 있는지 2번 목록 등을 참고하여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장에서 에이즈 대책의 기본 개념

 

(에이즈 교육)

(1) 사업자는 직장에서 노동자에게 에이즈 교육을 실시하여 에이즈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제공한다.

(2) 사업자는 에이즈 교육 및 상담 등의 기획, 실시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HIV 검사)

  (3) 직장에서 HIV 감염여부검사(이하 ‘HIV검사라 한다)는 보건관리의 필요성이 부족하고, 또한 에이즈에 대한 이해가 일반적으로는 아직 불충분한 현실을 감안하면 직장에 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는 근로자에게 HIV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4) 사업자는 노동자의 채용 전형을 실시함에 있어 HIV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5) 노동자가 사업장의 병원이나 진료소에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HIV 검사를 받는 경우에는 검사 실시자는 비밀 유지를 철저히 하고, 검사 전 및 결과 통지시에 충분한 설명 및 상담을 실시한다.

 

(HIV 감염 여부에 관한 비밀 유지)

(6) 사업자는 HIV 감염 여부에 대한 근로자의 건강 정보는 비밀 유지를 철저히 한다.

 

(고용 관리 등)

(7) 사업자는 직장에서 HIV에 감염되어도 건강 상태가 양호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그 처우에있어서 다른 건강한 근로자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또한 에이즈를 포함한 에이즈 관련 증후군으로 이환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해서도 그 이외의 질병을 가진 근로자의 경우와 동일하게 취급한다.

(8) HIV에 감염된 사실 자체는 노동안전위생법 제68조의 환자의 취업 금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9) HIV에 감염된 것 자체로는 해고의 이유가 없다.

 

(실수로 출혈 사고 등의 감염 예방)

(10) 사업자는 직장에서 노동자들의 불의의 출혈 사고시 노동자들에 대한 HIV 감염의 예방을 위한 근로자에 ​​대한 응급처치방법 교육이나 고무장갑을 마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한다.

 

 

 

직장에서의 에이즈 문제에 관한 가이드라인 해설

 

2 (1)에 대하여

직장에서 에이즈 교육 대상자 및 그 내용으로,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 수 있다.

 

직장에서 에이즈 교육 대상자 및 그 내용의 예

[1] 관리직 이외의 근로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 교육한다.

      a. 에이즈라는 질병에 대한 일반 지식

          원인, 병태 치료 및 예후

      b. 감염 예방에 대한 지식

        () HIV의 감염 경로

        () 일상의 직장 생활에서 감염되지 않는다.

        () 감염 발생 위험이 높은 행동

        ()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법

      c. 에이즈에 관한 정보 입수

      d. 감염 여부 조사 검사

         검사 방법, 시기 및 검사를 받는 방법

      e. HI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난 경우의 대응

      f. 직장에서 건강정보의 비밀 유지의 필요성

      g. 직장에서 감염자와 에이즈 환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방지의 필요성

      h. 직장에서 에이즈 문제에 관한 기본 방침

      i. 기타

 

[2] 관리직에 대해 [1] 이외에 다음과 같은 내용에 대해 교육한다.

      a. 직장에서 에이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의 의미

      b. 직장에서의 에이즈 문제에 관한 각종 지침

      c. 직장에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방책

      d. 에이즈 문제 해결에 대한 경영진의 역할

      e. 해외 진출 대상 국가에서 에이즈의 현황 및 에이즈 관련 법

 

2 (2)에 대하여

직장에서 에이즈 문제의 해결에는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여러 부서 담당자가 참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경우에도 산업의 노동 위생 부문의 리더가 에이즈 교육 및 상담 등의 기획, 실시에 있어서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관련 부서와의 연계에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산업의 선임을 요하지 않는 사업장에 있어서는 그에 따라 에이즈 교육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담당자 또는 조직을 선정하고, 외부 전문 의사 등의 활용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때, 지역 산업 보건센터를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2 (3)에 대하여

직장에서의 HIV 검사 실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일상 직장생활에서 HIV에 감염되지는 않기 때문에 업무상 HIV 감염의 위험이 없는 직장에서 HIV 검사를 실시할 보건 관리상의 이유가 부족하다. 또한, 사회 일반의 HIV 및 에이즈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고 일자리 현장에서 HIV 검사 결과 직장에 불안을 초래하는 문제가 우려된다. 또한 HIV 감염 유무에 관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본인의 동의 없는 HIV 검사를 실시한 경우에는 개인정보가 침해되고, 또한 본인의 동의를 얻어 HIV 검사를 실시하는 경우라 하여도 진정한 자발적인 동의를 얻을 수 있는지의 문제가 있다. 이런 점에서 사업자는 직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HIV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동자를 해외 파견할 때 HIV 항체 검사 음성 증명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 사실을 사전에 노동자에게 주지한 후, 파견 희망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경우 근로자가 모르는 사이에 HIV 검사가 실시되거나 검사를 강제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의사에 의해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2 (4)에 대하여

본인의 일에 대한 적성, 능력에 따른 채용 전형을 추진한다는 관점에서 채용 전형을 목적으로 한 건강 상태 검사는 지원자의 능력과 적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 한정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검사 내용과 그 필요성에 대해 미리 공지되어야 하며, 응모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검사가 실시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HIV 감염 여부 자체와 지원자의 능력 및 적성은 일반적으로 독립적이기 때문에 채용 선발을 목적으로 한 HIV 검사는 원칙적으로 실시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HIV 항체 검사 음성 증명이 필요한 국가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채용하려는 특별한 경우에는 모집시 HIV 항체 검사 음성 증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시해 사전에 응모자에게 주지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2 (5)에 대해

노동자 개인이 특별히 희망하는 사업장의 병원이나 진료소에서 HIV 감염 여부를 검사받는 경우에 검사 실시자는 수진자의 비밀을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다. 또한 검사 실시는 검사 전 및 그 결과 통지시 수진자가 에이즈와 검사 결과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수진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하고 또 필요에 따라 수진자의 고민과 불안을 잘 듣고 이해하고 적절한 조언을 줄 상담체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2 (6)에 대해

별도로 노동자의 신청이 있는 등 사정에 따라 사업자가 근로자의 HIV 감염 여부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경우에는 사업자는 그 비밀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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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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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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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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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버워치하고 한시인가 두시인가 집에 들어와서 잠들어서 잠을 설쳤다. 잠을 푹 자지 못할 거라는 생각으로 너무 피곤한데 늦잠 자지 않을까? 했고 실제로 알람을 세 번인가 끄고 나니까 아홉시 오십분이었다. 딱히 오늘 회사 가지 않아도 될 것 같고 봐야 하는 원고도 어제 가방에 챙겨와서 단톡방에 오늘 하루 쉬겠다고 톡을 남겼는데 열시에 미팅이 잡혀 있었다. 담당자가 도착해서 기다린다고 하길래 과장님께 전화해서 대신 나가서 얘기 듣고 오시라고 했고. 그때부터 집에서 볼끼랑 놀다가... 가스점검도 받았다. 점검 받을 때 집이 너무 지저분해서 검침원분이 가신 뒤에 이불 개고 방 쓸고 청소기를 돌리고 바닥을 다시 쓸었다. 하는 김에 청소기도 분해해서 씻어서 말리고 세면대랑 욕실 벽, 바닥 수세미로 닦고 하수구 거름판도 다 들어내서 뒤집어 칫솔로 안과 밖, 옆을 다 닦았다. 변기도 물 떠먹어도 될 정도로 깨끗하게 치워놓고 더러워진 몸을 씻었다. 아침은 안 먹었고 점심으로는 피자 시켜먹을까 하다가 저번주에 많이 먹고 가서 고생한 생각나서 꾹 참고 시리얼에 우유 먹고 옷이랑 챙겨서 서울로 나갔다. 종각 공차에 들어가 원고 보고 있었는데 실내가 정말 추워서 감기 걸릴 것 같았고, 그래도 자리가 1인석이고 콘센트도 있고 괜찮아서 참고 있다가 여섯시쯤에 못 참겠어서 이동했다. 종삼 포차거리 근처에 있는 다리치 카페에 갔고 지하, 일층, 이층 다 둘러봤는데 이층이 괜찮았다. 사람도 없었고 음악 볼륨이 크지 않았는데 거슬리지 않아서 이어폰 끼지 않고 있었다. 운동은 두번째였는데 저번에 물을 중간에 많이 먹었다가 고생한 생각나서 물을 일부러 안 마시고 참았다. 다 끝나면 왕창 마셔야지 하면서. 하체였는데 스트레칭을 한 뒤에 스쿼트를 보통, 넓게, 좁게 했고 그다음에는 뛰어오르면서 하는 거. 그다음엔 팔벌려뛰기를 했고 그다음에는 런지를 했고, 다음에는 조를 나눠서 사이드 스텝/스쿼트(일반, 점프)를 했다. 그다음엔 런지 동작에서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는 동작을 일반 45도 90도 이렇게 했나? 그다음에는 플랭크 자세에서 다리와 팔을 배-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며 마는 동작, 그리고 플랭크, 이후로는 슈퍼맨 동작을 상하체/상체/하체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런지 자세에서 두 팔을 다리 옆에 대고 엉덩이를 내렸다 올렸다 했는데 나는 거의 동작을 못 따라갔다. 도중에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이렇게 아프면 안 되는 거 아닐까? 나는 예전에 허리가 아파서 잠을 못 자고 그랬으니까 이렇게 운동하면 안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잔꾀부리는 생각이 잠시 들었고... 허리를 똑바로 펴야 아프지 않다고 하는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가니 자꾸 자세는 굽었고... 하지만 코치님이 보여준 모범적인 동작은 마음속에 넣어둠. 언젠가는 따라할 수 있겠죠. 정말 필요한 건 기초 체력을 키우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얼마전 나는 보건소에서 한다는 순환운동교실(야간이며 월, 수에 함)을 신청했는데 안내문에는 만30세~65세 남성이 지원하라고 되어 있어서 전화했더니 담당자가 너무 젊으셔서 강도가 약할 수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저는 신체 나이가 오십대만도 못한 거 같아서 괜찮을 거 같아요, 라고 했다. 근데 통화 끝나고 순환운동교실 검색해보니 '어르신'들이 다치지 않도록 운동을 알려주는 보람찬 시간이었다는 체대생의 일기부터 우리 엄마나 할머니 또래의 여사님들이 소중되게 모여가지고 찍은 사진 같은 것이 보였다... 근데 정말 나에게 꼭 필요한 과정 아닐까? 싶었음.. 운동 끝나고 뒤풀이까지 가는 체력은 언제쯤? 마련될까 싶을 정도로 힘이 빠져서 계단 내려올 때는 손잡이를 잡았는데도 휘청휘청했다. 그래도 저번주보다는 살 만해서 택시 대신 버스 타고 파주까지 왔다. 아낀 택시비로 홈플러스 가서 마감 세일하는 수박 반통 백합조개 모시조개 양송이버섯 숙주나물 사고 갈비살이랑 부채살도 사서 들고 집까지 왔다. 조개들은 물에 씻어서 냄비에 물 붓고 끓였고 거품 걷어내는 동안 집에 있는 통마늘 까서 편으로 썰어서 몇 개 넣었다. 소금으로 간하고 맛이 밍밍하길래 이전에 소중친구가 사다놓은 국물 맛 내는 조미료가 있어서 그거 하나 뜯어 넣고 간이 얼추 맞길래 숙주나물 물에 헹궈서 다 쏟아붓고 뚜껑 닫고 숨죽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동안 부채살 뜯어서 반은 갈비살이랑 같이 얼려놓고 절반은 후라이팬에 올리브유 두르고 통마늘이랑 구웠다. 내일 먹으려고 한 건데 오늘 밤에 쓰레기 버리려고 하는 김에 다 정리했다. 그냥 운동하면서 느낀 거. 내가 지금 못하는데 이거를 누가 나한테 화를 내거나 뭐라고 다그친다고 해서 이게 갑자기 될까? 그냥 평상시에도 꾸준히 운동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방법이고 못하더라도 힘들더라도 규칙적으로 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일 거였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며칠 전 내가 너무 화가 났을 때가 생각났다. 화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일 때 가장 조심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엄청나게 나쁜 짓을 그가 저지른 것이 아니라면요...) 나는 타인에게 화를 낼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누가 못하면 그것을 어떻게 하면 앞으로는 잘할 수 있을지 알려주고 그 과정에서 나는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다라는 신뢰를 얻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했다. 동시에 이 일을 잘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를 그가 자기 삶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가 스스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먼저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오만한 생각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나에게 하는 말이니까, 하고 변명하고. 운동이 얼마나 힘들었냐면 하면서 나는 정말 편하게 일하고 있구나, 회사를 그만둔다거나 하는 것은 진짜 배부른 소리구나 내 몸도 어쩌구도 이렇게 엉망인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음.

그리고 오늘은 이동진분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야기를 방송에서 했는데 매체 특성을 고려해서인지 분량상 언급할 겨를이 없었는지 자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부분은 콜럼바인총격사건을 벌인 소년 중 한 사람은 자살하는 방법으로 이를 택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소년의 엄마인 수 역시 자신의 아들이 왜 이렇게 사람을 죽였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아들이 왜 이런 방식으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지 탐구를 해야 했다. 생각난 김에 전에 접어둔 부분을 다시 읽었는데 겨자씨 이야기가 이 책에도 나왔다. 너무 예쁘고 소중한 아기를 잃은 여자가 아이를 살려달라고 여기저기 약을 구하러 다니지만 사람들은 도와줄 수 없어 그 여자를 부처님에게 데려간다. 부처님은 이 예쁜 아기를 살릴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것은 마을에 내려가 겨자씨 한 알을 얻어오는 것이다. 다만 아무도 죽거나 고통을 겪지 않은 집에서. 여자는 마을에 내려가 이집 저집 돌아다닌다. 다들 겨자씨는 있는데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지 않은 집도 없었기에 여자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인데. 이야기는 어디에서 끊어야 할까? 나는 처음에는 다 같이 고통을 겪었다는 것에서 안도했던 것 같다. 아픈 건 나만이 아니야. 모든 사람이 고통을 겪는다. 그것은 억울함과 분노? 그런 것을 다스리는 데 일시적인 도움을 준다. 그런데 다시 생각했을 때는 뭘 봤을까. 이 사람들이 그 고통을 겪고 상실을 겪고 살아 있다는 거? 어떤 순간은 끝난다는 거? 하지만 당장 불속에 들어간 듯 너무나 괴로운 여자에게는 그러한 평온함이 허락되지 않았을 것 같다. 수는 책에서 에드 코피가 만든 ‘완벽한 우울증 관리’라는 프로그램을 언급하는데 이 프로그램은 속한 사람들의 자살률을 0으로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자살하는 사람을 0으로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사람들은 회의적이다. 에드 코피는 반문한다. "그럼 목표를 몇으로 잡을까요? 여덟 명?” 연숙이는 일기에 며칠 전 생일에 누가 부채살 스테이크를 선물해줘서 집에서 스테이크를 구웠는데 나이프가 없어서 자해할 때 쓰는 메스를 가지고 고기를 썰었다, 하는 내용을 적었다. 그전에는 전시에 관한 이진실분의 글을 읽었다. '아직 자살하지 않은 사람'. 자살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너는 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명령과의 싸움. 매일 그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에 아직 살아 있지만 내일도 그럴지는 알지 못한다. 살아보려고 노력했더라도 실패할 수도 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럼에도 그것이 가져올 고통은 너무나 크기 때문에 표현하는 것도 제한되어야 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당신은 죽어도 된다'고 허락하는 일이기 때문에, 라고 믿는 사람. 이들이 세상에 함께 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뇌의 오류로 벌어진 안타깝고 막을 수 있었던 사건으로 보든 아니든, 누군가는 불속에 있고 이 고통이 멎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가 아닌가는 사후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나는 자살자의 죽음에 대해 분노하는 사람들이 자살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을 조금도 덜어주지 못했으리라는 데 손목을 거는 사람이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숨긴다. 그것은 남을 사람에 대한 죽은 사람의 배려나 자존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금도 빚지지 않겠다, 같은. 다만 계속 고민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윤리적 책임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아기를 잃은 엄마가 아닌 해탈한 사람의 몫이어야 할 것이다. 그게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윤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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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과 오크 문학과지성 시인선 464
송승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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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언



녹음된 천사



드디어 꿈이 사라지려는 순간, 너는 창밖에서 잠든 나를 보고 있지

암초 위에서 심해를 굽어살피는 너의 낯빛에 놀라자 꿈은 다시 선명해진다


들로 강으로 흩어지던 내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내가 이곳을 설계했다 믿었는데 아니었던 거지

블라인드 틈으로 드는 빛이 어둠을 망친다 생각했는데 눈은 여전히 감겨 있고, 몸은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너의 노래에 묶여 있었다

입안에 고인 물이 다른 물질이 되려는 순간


눈 속으로 하해와 같은 빛이 밀려들었다




커브



창이 없으면 그림도 없지 그림이 없으면 나도 없다 문 앞에 지워진 발자국 쏟아지는


너는 창밖으로 몸을 내밀고 입을 벌린다 그것은 내게 없는 표정

어쩜 저렇게 환할까 치아 사이로 펼쳐진 복도를 따라서 하나 둘 둘 하나


복도는 어둠이고 복도 끝은 하얀 방으로 이어진다 거기에 네가 있다는 생각 창과 복도는 없고 따라서 울리는 둘 하나 하나 둘


복도를 공유하는 많은 방들, 거기에 네가 있다는 생각 손잡이를 돌리면 잠겨 있고 손잡이를 돌리지 않으면 슬그머니 개방되는 문

벽 한가득 걸려 있는 얼굴들이 새하얗게


복도 끝으로 휘어진 그늘을 보았다

창을 열어 몸을 내밀었다


입은 벌어지고

투명한 입에 들어차는 여름 둘 하나 하나 하나




물의 감정



나는 물을 좋아하고 너는 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는 갈증으로 대립한다


물은 너의 감정이다 너의 기분에 따라 그날의 컵이 바뀌고 물의 온도가 달라진다

태도는 미온적이다 너는 웅크리고 있거나 드러누워 있다 나갔다 돌아오면 방은 침수되어 있다 너는 금붕어 두어 마리를 기르고 있다 그것들은 서로 먹고, 교배하고, 낳고, 먹기를 반복한다


창은 굳게 닫혀 있다

이대로는 익사할 거라고 말한다 너는 듣지 않는다 벽지는 자주 바뀐다 붉었다가 푸르렀다가, 꽃잎 무늬였다가 방울 무늬가 된다 나갔다 돌아오면 방은 침수되어 있다


벽지는 젖어 있다 너처럼 물고기들은 벽의 감정을 배운다 바라보거나 바라보지 않거나 물고기는 식탁 유리를 좋아하고 창의 유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유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살아 있는 아무것도 기르지 않는다 그것들은 서로 먹고, 교배하고, 낳고, 먹는다 우리는 생활로 대립한다


나는 출근하고 너는 출근하지 않는다 나는 말하고 너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고 너는 사랑하지 않는다 너는 젖고 나는 젖지 않는다

이대로는 익사할 거라고 말한다

너는 듣지 않는다 창은 굳게 닫혀 있다 빛은 닫힌 창으로 들어온다 너는 물을 마시고 물을 준다 나는 물을 마시지 않고 물과 빛이 섞이는 양상을 바라본다


붉은 컵에 담은 물은 붉은 물이 되고 푸른 컵에 담은 물은 푸른 물이 된다 물고기들은 빛나는 물의 양상을 배운다




기원



아침에는 작은 전쟁이 있었다


나무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우리의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았지


교실에서 나와 태양 아래 있었다


정오에는 언니들이 이장되었다

이 강에서 저 강으로

언니들은 영원히 방학이구나


주방에선 이방인의 심장이 끓고 있었다


창에 꿰인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의 생일을 떠올렸다

우리 중 누군가 매장되고

누군가 아주 오래 살았던 날


아침에는 숲이 벌목되었다

산에 피가 났다


우리의 반은 우리의 반을 떠나며

낯선 얼굴로 돌아온다 말하고


우리의 손은 일렁이는 물에 가까워진다


정오에는 우리가 불어났다

빛 속에서,


산의 얼음이 녹자

수원지에서 고대의 언니가 발굴되었다




내 책상이 있던 교실



내 책상 위에 국화가 있었다

국화 위에 편지가 있었다

편지 위에 국화가 놓였다

국화 위에 국화가 쌓였다


줄 세워진 우리들 손에 들린 국화를 잊는


선생이 들어온다 활자 가득한 칠판

국화를 들고서 말이 없었다

말을 못했다 오늘 당번 누구지

선생은 말하고


당번은 죽었어요 말을 못했다

국화를 들고서

우리는 우리의 차례를 기다린다


편지가 놓였다 내 책상 위에

당번은 읽어라 선생은 말한다

읽지 못했다 당번이 죽었지

슬픈 일이다 그래도 수업은 해야지

선생은 말한다


너는 교과서를 읽어라 종이 울릴 때까지


읽지 못했다 책상 앞에 앉아

얘가 죽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너의 책상에 얼굴을 묻는다


흔들리는 등 위에 흰 손이 놓였다

흰 손 위에 흰 손이 놓였다

흰 손 위에 흰 손이 쌓였다

흰 손이 계속되었다




철과 오크



숲의 나무보다 많은 새들이 있고 부리에 침묵을 물고 있고

그보다 많은 잎들이 새를 가리고 있고


수십 명의 아이들이 지거나 이기지 않고 같은 색의 옷을 입고 숲을 통과하고 있고

끝도 모른 채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수십 명의 나무꾼들은 수백 번의 도끼질을 할 수 있고 수천 그루 나무를 수만 더미 장작으로 만들 수 있고

빛은 영원하다는 듯이 장작을 태울 수 있고

장작은 열 개비가 적당하고 그 불이면 영원도 밝힐 수 있고


아이들이 영원을 지나가고 있고 별들이 치찰음을 내고 있고

밤과 낮은 서로에게 이기지도 지지도 못하고 있고


불 앞에서 나무꾼들은 수십 개의 그림자를 벗으며 농담을 하고 있고

인간의 맛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불그림자가 불의 주변을 배회하며 불그림자를 만들고 있고

새들은 여전히 침묵을 부리에 물고 있고


나무 위에서 열쇠들이 쏟아지고 있다

나부라진 옷가지들이 발자국을 가리고 있고

나무꾼들은 횃불을 나눠 들고 더 어두운 곳으로 움직이고 있고

잎이 풍경을 가리며 무성해지고 있고




죽은 시들의 성찬



너는 초대받았다. 완전한 시의 이름으로 너는 시의 자리를 부여받는다.


만찬장으로 통하는 긴 복도는 거의 아침이 지나간 궤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침의 궤적이 아니어서 집사들은 빛의 부스럼을 거두어 간다.


주인은 오고 있는가? 모든 죽은 시들이 초대받았다. 한없이 기나긴 그래서 하나의 여정이랄 수 있는 테이블. 너는 그 말석을 허락받았다. 너는 두리번거린다.

너는 다른 시들의 만듦새를 본다. 큰 시, 위대한 시 승리한 시 실패하는 시 졸고 있는 시도 있고 귀여운 시도 있다. 미친 시는 참석하지 않은 채 새벽의 음악이 되어 날아다닌다.

시들은 기다리고 있다, 주인을. 그러나 주인을 본 적이 없어서 주인의 얼굴을 모르고 주인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찬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시들도 한다, 주인이 이미 당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러나 아무도 주인을 모르고 주인도 주인을 모른다는 생각, 시들도 한다. 생각하면 문이 열리고


빈 접시들이 집사 대신

들어온다 빈 접시들이 테이블에

쌓여간다 흔들거리며


율법을 따르는 빈 접시들

깨져야 할 때를 아는


접시들이 반사시키는 빛으로 접시들이 떠오르고 빛 속에 한가득 차오르는 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우리들의 얼굴인가. 너는 죽은 너의 얼굴을, 죽은 너의 해골을 골똘히 바라본다. 그러면 해골도 잠에서 깨어나 너의 얼굴을 골똘히 보게 되고 그러다보니 너는 문득 주인의 얼굴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 기분은 거의 눈물 같아서 너는 곧장 그 기분을 떨쳐낸다.


빛의 원형으로, 새벽 별이 지루한 음악의 시간을 관통한다. 퇴장을 서두르고 있다.




재앙



꽃집에 불이 났다 창이 밝았다 꽃은 연기 속에 잎을 감추고

식물은 불에 타들어간다

건물에서 네가 뛰쳐나온다


우리는 말없이 너를 걱정한다


건물은 불에 타들어간다 안에 사람이 있다고

너는 말한다 우리는 너의 말을 믿는다

불 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지만


뛰어들려는 너를 막는다

생명을 구해라 너는 말하고

우리는 말하지 않는다


건물 밖으로 물이 흘러넘친다

물을 든 남자가 걸어 나온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럴 리 없다고, 네가 말한다




카논



영원을 논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말씀하셨지요

수업은 끝났습니다


어제 당신이 쬔 햇볕이 이제야 내게 쏟아집니다


당신이 숲 속으로 사라지면 수업은 시작됩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당신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그늘 사이로 나무 그늘이 끼어드는 책상에 앉아

나무의 속을 생각했어요

상처 없이는 들을 수 없는 총보에 대해 말입니다


칠판의 고요에 귀를 기울이면

나를 삼키려는 숲이 들립니다, 아마 아닐 테지요

나는 나무의 속에 스며 든다고 느낍니다


이끼가 자신이 이끼인 것을 모르듯이

풍경 속에서 풍경은 잊히고

나무의 속에 있어 나무의 속을

모른다 말했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한곳을 맴도는 물소리만이 들린다는 것

이 교실에 내가 없다는 것


풍경이 잠시 나를 생각한 모양입니다




에덴



그는 집이 없었고 피리를 잘 불었고 뱀과 물고기의 친구였다 아무도

그를 듣지 않았다 그는 죽어서 천국으로 갔다


천국에서도 그는 집이 없었고 피리를 잘 불었다 죽은 뱀과 죽은 물고기의 친구였다


아무도 그를 듣지 않았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천국에서도 그는 죽고 천국에는 천국이 없어서


그 영혼은 굽이치는 천국의 만곡을 따라 떠내려간다


우리는 뒤늦게 천국으로 가서

그의 장례식을 열어 그를 초대했다

웃는 입에 물뱀 하나씩을 물고

뻐끔거리며




유형지에서



해변에 버려졌다

알 수 없는 해변이었다


알 수 없는 해변을 걸었다


알 수 없는 바다 생물의 사체와

파도에 깎여나가는 돌의 먼지들이

빛나고 있었다

먼 곳에서는 하나의 빛살로 보일 것만 같은


알 수 없는 해변을 걸었다

눈이 내리고 배가 고프고

밤이 오고 잠도 오는데 인가는 보이지 않고

알 수 없이 해변만 밤을 밝혔다


할 수 없이 바다 생물의 사체도 주워 먹고

모래 굴속에서 잠도 잤는데

파도 소리가 먼 땅까지 나를 데려다주었고

알 수 없는 해변으로 다시 데려다 놓았다


살았다가

죽는 것처럼

죽게 되고

살게 되듯이


깨지 않고 싶었지만 나는 깨었고

알 수 없을 해변이 빛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해변을 걸었다


눈이 날리고 눈이 쌓이고

날리는 눈 사이에 흰 새가 뒤섞여 날고

회전하는 겨울 속에서 머리카락은 점점 검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모든 게 흰빛으로 망각되는 해변에서

미처 찍지 못한 흑점처럼


얼어붙고, 녹아내리는 먼 바다

파도에 밀려오는 뿌연 빛 사이로

내가 삼켰던 생물이 헤엄쳐 오고 있었다

없는 다리와

없는 입으로

도무지 알 수 없는 형상으로 울면서


피는 파도와 섞인다

살은 먼지에 덮인다


이곳에 나를 버린 게 누구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탈출을

꿈꾸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해변을 걸었다


멈추면

완성되지 못하는 침묵이 글속에서 울었다




_

한번 읽으면 "너는 말한다 우리는 너의 말을 믿는다/ 불 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지만"에서 끝내지만

다시 읽으면 "불 속으로 뛰어들 수는 없지만// 뛰어들려는 너를 막는다" 이렇게 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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