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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 - 혐오표현은 무엇이고 왜 문제인가?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월
평점 :
성소수자로서 사법기관에 도움을 구할 때, 그런 사람들에 대해 몰라도 된 채 살아왔던 이들이 내 민원(모욕죄)을 처리하기 위해 나와 마주한 상황. 나는 내가 무슨 일을 해왔고 내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들 앞에서 진술해야 한다. "공개된 장소에서야 혐오에 맞서 싸우는 당당한 인권운동가지만, 그런 그도 뒤로 돌아서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곤 했다"는 식의 문장을 보면 늘 '아 제발... 언제까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사람으로서 나는 나를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피해자로서의 나가 나 전부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저 한 줄의 문장이 의도적으로 놓치는 인식도 분명히 있다. 글로 현실이나 주장을 구성하는 데 필요했던 강조라 하더라도 나는 그게 전부일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안다. 저런 문장은 현실을 반드시 지연시킨다. 그런 인물과 사건이 실재한다고 항변할 순 있지만 말이다. ㅠㅠ
위 내용은 스스로에게 하는 푸념일 뿐 책 내용과는 상관 없읍니다... 마치 이듯이요.. ㅠㅠㅠ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일 못한다. 그게 뭐냐면 이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이런 문장을 쓰네? 하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일을 할 때 회의감이 바로 손끝까지 올라와가지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어져버림. 그거는 마치 오늘 병실에 찾아온 사돈어른이 나한테 결혼해야지, 결혼 안 하는 거 제일 큰 불효야, 라고 말하고팠던 욕망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알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사람을 나와 같이 만들 순 없겠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 누구에게도 할말이 있겠죠.. 쟤는 저래서 얘는 이래서... 그것에 대해 말하는 건 치사한 일이다. 차이를 단점으로, 비난할 점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쉬운 점은 아쉬운 점이기 때문에 난감한 것이다. 그 속에서도 우쭈쭈만이 우리를 어느 정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겠지만 나에게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