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120호 - 2017.겨울 (본책 + 하이픈)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작가들에게는 자신이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름을 얻은 작가들도 다르지 않았다. 책이 많이 팔리는 작가는 그 때문에 편견이 생겨서 문학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었고 반대인 경우는 문단의 상업주의 탓에 형편없는 작품이 대중의 인기를 업고 후하게 평가되고 있다고 불만이었다.

─은희경, 『태연한 인생』, 창비, 2012, p. 40


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을까? 그 가운데 강력한 하나를 소설에서 빌려와 살펴보자. 인용 부분은 주인공인 요셉이 예술대학의 시간강사로 소설 창작을 가르칠 때 조교였던 이안의 견해다. (-) 그는 조교 시절 수많은 작가들을 상대하면서 알게 된 바를 위와 같이 간단히 정리한다. 여기에서 피로감으로 인한 이안의 날 선 감정을 제거하고 이분법적인 구도만을 남겨보자. 상업성과 문학성, 혹은 대중성과 순수성. 우리가 저자에 대해 생각할 때 이 구도에서 과연 멀리 벗어날 수 있을까? (-) 섬세하거나 정확할 수 없다는 각오를 하고 이 구도의 진위가 아니라 위력을 받아들이며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어느 쪽이 조금 덜 고통스러울까? 그러니까 상업적으로 팔리는 작가들 쪽일까, 문학적으로 인정받는 작가들 쪽일까. 답하기에 앞서 한 가지 조건을 덧붙여야 한다. 상업의 규모는 초라하고 비평 역시 다를 바 없다는 현실 말이다.

이 서문을 쓰기 위해, 저자를 인터뷰한 동인들을 다시 인터뷰하고 싶다고 반쯤은 장난스럽게 대화를 시도했을 때, 동인들은 하나같이 인터뷰를 '망쳤다'라는 표현을 써서 스스로를 평가했다. 살펴보건대 이 대답은 겸손함에서 오는 것도, 그렇다고 결과물에서 오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 '망쳤다'라는 평가가 가리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동인들이 마주하게 된 자신만의 '결의'라 할 수 있다. 적어도 비평의 측면에서 우리는 작가를 덜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같은 것. 예컨대 어떤 작품이 흠 없이 씌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흠 때문에 우리는 이에 대한 비평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작품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에서가 아니라 이와는 관계없는 예외적인 지점을 말하기 위해 비평은 씌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조차 헤매며 겨우 '시도'나 '실험' 따위의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을 심상하게 번역해내기 위해 우리는 기꺼이 비평을 쓰려 할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한 작품에 대해 그러한 비평이 씌어지지 않았다면 결코 가닿을 수 없는 지점에 가본 적이 있으므로.(-)


_황예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