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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머
이종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평점 :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친구의 집과 부모님의 집을 오가며 살았다. 어느 날은 버스를 타고 부모님 집에서 친구의 집으로 가고 있는데 어디에도 내 집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버스 안에서 증발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그날도 버스에서 내렸고 곧장 카페로 가서 매일 하던 일을 했다. 글쓰기.
나는 다른 작가들이 쓴 책에서 '누구누구를 위해'라는 문장을 볼 때마다 그 말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쓰다니. 그럴 수가 있나?
『커스터머』를 쓰기 시작했을 때 이 작업은 나에게 탈출구였다. 그 탈출구는 오직 나를 위한 것이었다. 원고가 꼴을 갖출 쯤에는 그게 내 집이 됐다. 그리고 출간을 앞둔 지금 나는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와서 머물 수 있는 집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여러 의미에서 소수자이고, 그 때문에 어딘가에 가거나 누군가를 만날 때면 내가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그 불안은 집이 없는 기분과 비슷하다.
전에는 '누구누구를 위해'라는 말이 오만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그동안 고마웠어요. 앞으로도 계속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 아마 그런 의미인 것 같다. 나는 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커스터머』를 썼다. 자기 이상의 존재가 되는 여정에서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그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_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