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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대단하다고 하지 마라
해릴린 루소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결함의 징표이자 수치심의 원천인 내 오른손. 어렸을 때는 그 손을 주머니 속이나 등 뒤에 감추었다. 하지만 오른손님은 감춰져 있는 걸 싫어했다. 그럴 때면 영악하게도 내 치마 뒷자락을 슬쩍 들어 올려 온 동네 사람들한테 내 속옷을 보여주었다. 손님이 오면 어머니는 내 오른손을 어머니의 두 손으로 꼭 감싸 쥐어 보이지 않게 했다. 내가 느끼는 수치심은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다.
그 그림이 내 오른손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치유해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었다. 이후 몇 년 동안 그린 다른 손 그림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에 걸친 자기혐오에는 쉬운 해결책이 없나 보다. 서서히 치유해가는 방법 말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