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
김성태 지음 / 은행나무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이 어떤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오류는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가 방법을 알게 되는 시점은 언제나 '이후'이다. 새로운 것을 맞닥뜨리는 그때, 우리는 늘 캄캄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방법도 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이때 평범함을 넘어선다. 그들도 힘겨워하면서 무던히 애를 쓰지만, 언제나 결국엔 거기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이 방법에 의해서 모든 것이 바뀐다. 때문에 모든 방법은 시도이며, 새로운 전환을 내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나 새로운 접근을 감행할 수 없다.

(-) 붕대에 묶여 있는 시체에 불과한 미라를 기대감을 가지고 이리저리 들여다본다 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미라는 여전히 붕대 밑에 갇혀 있는 시간이며, 꽁꽁 묶인 행위이다. 대상들은 바라보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서 어떤 방법을 발견해주기를 원한다. (-) 미라는 갑자기, 우연한 기회에, 그것이 어떤 결과를 몰고 올지 모르는 어느 순간에, 어떤 주술적 행위가 이루어짐으로써 깨어난다. 미라는 깨어나고 나서야 발화가 가능하고, 자신을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붕대로부터 해방시키지 않고서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붕대 밑에 어떤 얼굴이 있으며, 어떤 욕망이 잠자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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