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도스토예프스키키에르케고르니체카프카(교양선집8)
까치 / 1985년 11월
평점 :
판매완료


그들의 동시대인들은 그들의 어두운 예감이 과장되어 있고, 믿을 수 없다거나, 아니면 너무 지나치게 환상적이라 하여 무시해 버렸다.

 

 

진리는 힘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 사실을 깨닫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왜냐하면 진리는 고통이며 진리 그 자체로서는 패배하기 마련이니까. 진리가 승리하게 된 연후에야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동조할 것이다. 왜 그러한가? 그것이 진리라는 이유 때문에? 그렇지는 않다. 만일 그 이유 때문이었다면 진리가 고통이었을 때에도 역시 그들은 동조했으리라. 그러므로 사람들은 진리에 잠재된 힘이 있다고 해서 거기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동조하여 하나의 구체적인 힘이 된 연후에야 진리에 동조한다.

 

 

코펜하겐 거리의 개구장이들이 쇠렌 키에르케고르의 뒤를 따라다니며 그의 두 권짜리 저서의 제목을 흉내내어 "이것이냐 저것이냐"라고 외쳐대곤 하였다. (-) 풍자잡지 <해적선(The Corsair)>은 그에 대한 무자비한 비평을 싣는 데 그치지 않고 그를 모델로 하는 만화를 시리이즈로 계속하여 실었다. 거만을 떠는 곱사등이, 가냘픈 다리로 하늘의 별만 쳐다보는 공상가, (-)

키에르케고르에게 쏟아졌던 이러한 공격들은 스스로 만족을 느끼며 더 이상 알기를 원치 않던 중산층들이 키에르케고르라는 한 천재의 출현에 대해 보이게 된 반작용이기도 했다. 코펜하겐의 시민들에겐 이 도시의 태평무사한 풍토에서 이같은 특이한 인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생각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궁극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아껴왔던 질서를 그가 위협하고 있다고 느꼈다. (-)

(-) 낯선 인물 키에르케고르가 (-)인정받지 못한 천재로서 쓰라린 최후를 맞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죽음 얼마 전 쓴 다음 귀절은 예언이 담긴 올바른 말이었다. "내가 속속들이 알게 된 한 가지 일, 즉 인간 성격에 깃들인 바닥모를 결함. 그러나 슬프게도 내겐 약간의 진실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죽고 나면 그들이 모두 다 나를 칭송해 대어서 젊은이들은 내가 생전에 존경과 숭배를 받은 줄로 생각하리라. (-)"




"하인들"의 우화(-) 거기서 사람들은 왕이 될 것인가 왕의 하인이 될 것인가를 선택하게끔 되었다. 그들은 어린 아이 식으로-대심문관은 인간들을 무책임한 어린아이들이라고 한다-모두 하인(왕이 걸머질 책임감도, 도덕적인 지휘를 행사할 욕망도 없는)이 되고자 했다. 이제 세계는 상대방을 향해 무의미한 메시지만 소리쳐 외치는 하인배들로만 가득 차 있다. 그들은 사태가 이러함을 깨닫고 있으나 그들이 행한 봉사 및 충성의 서약 때문에 자살(!)하기를 꺼리는 것이다. "어중이떠중이"는 내적인 자유 때문이 아니라 공포와 복종 때문에 도덕적으로 살기를 계속하게 된다. 그들의 메시지는 의미(혹은 도덕적 힘)가 없고, 모두가 불안이며 절망이다.


 

(-) 그들은 다시금 왕이 되기를 원해야 하고 하인이 되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갈리아니 신부가 데삐네 부인에게 말했듯이 결점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결점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고쳐지기를 바란다. 고친다는 것, 그것은 그의 열렬한 소원이며, 그의 『일기』 전편에 흐르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지성의 온갖 노력은 인간 조건의 이율배반에서 빠져 나오려는 것이다. 신에 대한 두려움도 신앙심도 그에게 평화를 줄 수 없었던 것처럼, 말하자면 그가 노력에 대해서 말할 때, 금방 헛됨을 알아차리는 만큼 더욱더 절망적인 노력인 것이다.



(-) 자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마치 멜로 드라마에 있어서처럼, 고백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에 패배했다는 것, 혹은 인생을 이해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식으로 매일매일 빛이 없는 삶의 시간은 우리들을 싣고 간다. 그러나 그 시간을 싣고 가야만 할 그러한 순간은 늘 오는 것이다. '매일', '좀더 있으면', '네가 어떤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네가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될 거야'하는 따위의 미래 위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모순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결국 죽는다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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