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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사회 118호 - 2017.여름 (본책 + 하이픈)
문학과사회 편집동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소설이 현실의 문제와 유리될 수 없는 장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점에서 소설은 객관 현실에 착안한다. 그러나 있는 현실을 그대로 서술하는 것이 소설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소설은 현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세계이다. 즉 소설에는 객관 현실에 더하여 그것에 관한 '해석'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 객관 현실을 넘어서는 '해석'적 측면이 그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이 소설에 대단히 공감했던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애정의 정도에 비례하여 아쉽게 느껴지는 측면이다.
여성이 살아가는 현실 자체가 절망적인데 소설적 '해석'의 여지가 끼어들 틈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동감하는 바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해석은 더욱 중요하다. 세계에 대한 소설의 해석은 현실의 전망과도 연결된다. 이 '전망'은 단지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그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대신 현실이 이렇듯 비관적이라면 이 현실 문제에 대하여 어떤 식의 태도를 지녀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가깝다. <82년생 김지영>을 그 어떤 소설보다 감정이입을 하며 읽었음에도 좋은 소설인가 하는 질문에 물음표를 칠 수밖에 없는 것은, 소설의 호불호를 논하기에 앞서 '약자 여성'이라는 사실의 확인을 넘어 무엇을 향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과 맞닿기 때문이다. 소설을 통해 여성문제에 공감하도록 하는 것이 소설이 할 수 있는 전부인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분명 문학이라는 장르에서 아주 중요하고 또 소중하게 소용되는 것이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대답하고 싶다.
소설적 해석과 전망의 제시의 문제에 있어 <82년생 김지영>은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이는 남녀를 불문하고 우리가 이 소설을 '문제적'인 것으로 읽어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단지 이 소설에 반발하는 배타적 시각에서의 독해가 아니라 이 소설에 공감하고 그 가치를 끌어내고자 하는 독자로서 비판적 독해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비판적 독해는 소설이 제기하는 객관 현실의 문제와 소설적 공감의 차원을 뛰어넘어, 그 너머의 무엇을 상상해야 하는지로 생각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_선우은실_객관 현실과 소설적 해석, 그리고 문학적 전망(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_문학과사회 2017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