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그래피 - 여자를 소유하는 남자들
안드레아 드워킨 지음 / 동문선 / 1996년 3월
평점 :
절판


(-) 진지한 여성이란 무엇일까? 그러한 것이 과연 존재할까? 자유의 추구에 관하여 여성이 제시하는 진지함은 여성에게조차 끔찍할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것은 아닐까? 우리는 조소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어디에서 진지함을 찾으면 좋을까?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이것을 달성하려면 예쁘게 장식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들을 다치게 하는 사람에게 그러한 행위를 그만두게 하면⏤그들과 토론하지 않고 그만두게 하면⏤안 되는 것일까?  우리들이 노예제도를 폐지하도록 하면⏤그에 관해 논의하지도 않고 폐지하도록 하면⏤안 되는 것일까? 우리들의 권리가 지금 이 사회에서 착실히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 체하는 시늉을 그만두면 안 되는 것일까?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살고 있는 집, 잠자는 침대는 <우리들의 것이다>⏤우리들에게 소유권이 있다⏤현실에서 우리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진정으로 믿을 수 있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 또한 무엇이 올바르고 그릇된 것인지를 우리들이 결정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 그리고 만약 무엇인가가 우리들을 다치게 하면 그런 일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를 때까지, 우리들은 조금이라도 존경받고 당당하고 여성다워지는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말할 나위 없이 이러한 문제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세련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대체로 진지해지는 것 자체를 완전히 우스꽝스러운 일로 여긴다. 지적인 인간이란, 자유를 추구할 때조차도 세련되고 절도 있게 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현명한 여성이라면, 잔소리를 하거나 슬그머니 불만을 털어 놓더라도 겉으로는 <공손하게> 말해야 하는 것이다.

(-) 이 달아날 수 없는 여성들이 <인격을 갖춘 인간>이라는 것⏤여성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인격을 갖춘 인간이라는 점⏤을 청중은 이해할 것인가? (-)


지금까지 내가 인용한 여러 사례는,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여성들(-)이 공개토론 장소에서 술회한 것이다. 나는 이 말들이 지닌 진실성을 보증할 수 있다. 이 이야기가 진실임을 알고 있다. 여기에 인용한 말을 한 여성들은 내가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했던 수천 명의 여성들⏤계속해서 포르노그래피가 상처를 입힌 여성들⏤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여성들은 모두 나에겐 살아 있는 인간이다. 그녀들이 감히 말하고자 용기를 냈을 때 어떠한 모습이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공포로 떨면서 공포와 싸우면서 떠올리기조차 싫은 고통스러운 일을 떠올리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나는 보아왔다. 나는 그녀들과 그밖에 온갖 종류의 일(-)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녀들이 개인적으로 품었던 포부들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녀들을 알고 있다.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녀만의 얼굴, 그녀만의 목소리를 갖고 있으며, 더구나 그 얼굴이나 목소리의 배경이 되는 그녀만의 인생을 갖고 있다. (-) 나의 저서 <<여성 증오>>가 처음 출판되던 1974년 이후, 여성들은 자신도 포르노그래피에 상처받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게 연락을 취하고자 했다.(-) 여성들이 하나둘 되든 안 되든 운을 하늘에 맡기고 나에게 모험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확실히 모험이었다. 왜냐하면 나조차도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았기 때문에. (-) 수천에 달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대략 같고, 대개는 그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던 것들이다. 이 나라에서 여성들이 그런 피해를 입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지역이 없다면, 그것을 피할 연령∙인종∙민족집단도 없으며, 또한 <생활양식>⏤그것이 아무리 <정상적>이고 <선택적>이더라도⏤이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여성들이 그런 피해를 입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생활양식> 집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여기서 요약 제시한 진술은 특별할 것이 없다. 즉 여성들의 이야기 가운데 유난히 피학적인 예는 없으며, 특별히 화를 치밀게 한다든가 지독하다는 이유 때문에 선택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이들의 진술은 특별히 화를 치밀게 한다든가 지독한 사례가 아니다. 이것들은 (-)학대받은 여성들에게 일어난 평균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이러한 여성들의 일인칭 술회는 포르노그래피 옹호자들이 <일화>라며 처음부터 거들떠보지도 않은 것이다. 포르노 옹호자들은 <일화 같다>는 말을 오용하면서 여성들의 이야기는 만들어진 이야기다, 사소하고 하찮으며 지엽적인 것을 크게 부풀린 것이며, 결국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여성 자신의 인격에 결함이 있는 증거밖에 안 된다고 의미부여한다. (-) 여성의 인생이 이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대체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일어난 일들 그 자체가 바로 인간경험이다. 여기에서 <인간>이라는 말은 중요하다. 만약 여성을 인간으로 평가한다면,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인간적 배려를 거절할 만한 여성으로부터 눈을 떼고, 진지하게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그 거절의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사람들은 여성에 대해, 또한 여성이 짊어지고 온 무거운 기억에 대해 등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여성을 인간으로 평가하면, 현재 상처받고 있는 여성이나 앞으로 상처받게 될 여성에 대해서나 등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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