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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 사랑에 관하여
헤르만 헤세 지음, 정현규 옮김 / 문학판 / 2017년 3월
평점 :
나는 창문을 열어놓은 채 누워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물은 마치 나의 황량했던 나날들이 달아나듯이 멈추지 않는 동시에 한결같이 그리고 단조롭고도 무심하게 밤을 향해, 저 먼 곳을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그 모든 날들은 사실 값지고 잃어버려서는 안 될 가치 있는 날들일 수도 있었고 그래야 했음에도, 하루는 다른 하루와 똑같이 가치도 없고 추억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몇 주일 전부터 상황은 그와 같았고, 나는 언제 어떻게 사정이 달라질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스물세 살이었고, 별 볼일 없는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여기서 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작은 다락방을 세내고 최소한의 먹고 입는 것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었다. 저녁이나 밤, 이른 아침 시간 그리고 일요일이면 나는 내 조그만 방에 알을 품듯 앉아서 시간을 보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몇 권의 책을 읽거나 때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어떤 발명에 대해 이리저리 골똘히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 발명이란 내가 이미 끝냈다고 믿었던 것이었지만 사실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섯 번, 열 번, 스무 번 실패한 그런 발명이었다.……
_그 여름날 저녁에